서울 아파트 매수심리가 7주 연속 하락했다. 대규모 공급 대책과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 등 영향으로 매수심리가 한풀 꺽인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집값 하락 신호로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 7주 연속 하락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3월 29일 조사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01.0으로, 지난주(104.1)보다 3.1포인트 내려가며 기준선(100)에 바짝 다가섰다.
이 지수는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음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지난 한 해 등락을 거듭하다가 작년 11월 마지막 주 100.2로 100을 넘긴 뒤 이번 주까지 18주 연속 100을 웃돌고 있다.
다만, 2월 2주 111.9를 기록하며 작년 7월 이후 최고로 올랐던 이 지수는 2월 3주 110.6으로 내린 것을 시작으로 7주 연속 하락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정부의 2·4 주택 공급대책 발표 이후 중장기적으로 서울 인근에 아파트 공급이 충분히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면서 30대를 중심으로 번지던 '패닉 바잉'(공황구매)이 잦아들었고, 금리 인상 움직임에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금 인상 우려까지 더해지며 매수심리가 꺾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의 강남·북 분위기를 살펴보면 강남권(한강 이남 11개구)은 이번 주 매매수급 지수가 102.7로 아직 매수 우위 시장이 유지되고 있다.
전체적인 '거래 절벽' 분위기 속에서도 강남구 압구정동과 양천구 목동 등의 재건축 아파트에 정비사업 추진 기대감으로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 얘기다.
강북권(한강 이북 14개 구)은 이번 주 99.4로, 21주 만에 100 아래로 내려가며 매수 심리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에서는 동북권(성동·광진·동대문·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구)이 98.8로 21주 만에 100 밑으로 내려갔고, 서북권(은평·서대문·마포구)은 97.8로 16주 만에 100 이하로 떨어졌다.
▲수도권 매수심리, 서울보다 강해
수도권도 서울과 비슷한 추세지만, 매수심리는 서울보다 강하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이번 주 111.8로 2월 2주(118.8) 이후 7주 연속 하락했다. 공급 우위 분위기는 약해지고 있지만, 지수 자체는 여전히 110을 웃돌고 있다.
경기도는 118.7로 올해 들어 처음 120 이하로 내려갔고, 인천은 110.7로 지난주(111.2)보다 소폭 하락했다.
▲전문가 "집값 하락 신호 보기에는 시기상조"…일부 지역 신고가 경신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매수심리가 위축되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집값 하락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전히 수요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는 등 매매가격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원 조사에서 이번 주 서울의 아파트값은 0.05% 올라 지난주(0.06%)보다 상승폭이 둔화했다.
2월 첫째 주(0.10%) 이후 8주 연속 상승률이 축소되거나 보합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집값은 내려가지 않고 오르고 있다.
특히 서울 부동산 시장을 이끄는 강남(0.08%)·서초(0.07%)·송파구(0.09%) 등 강남 3구와 양천구(0.09%) 등은 여전히 0.10%에 가까운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도 역시 지난주 0.38%에 이어 이번 주 0.36%로 높은 상승률을 이어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집값이 더 오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거세게 불던 '패닉 바잉'이 진정되고 있고, 집값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에 날로 심화하던 전세난도 점차 진정되는 분위기여서 서울 집값은 앞으로 숨 고르기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