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K-배터리, 폭스바겐과 중국 배터리 악재 넘어야한다

초격차 없는 배터리 시장서 중국의 CATL이 점유율 1위
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 배터리 업계에 불안요인

배터리 분쟁을 벌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11일 합의했다.

양사의 합의로 한국 배터리 업계는 중국 배터리 업계의 비상과 폭스바겐이 촉발한 배터리 자체공급 악재를 걷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 초격차 없는 배터리 시장, 치열한 경쟁은 계속

세계 배터리 시장은 전기차 시장이 이제 태동기여서 반도체 시장과 같은 확실한 선두업체나 기술의 초격차가 없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의 CATL이 24%의 점유율로 4년째 1위를 지켰으나 LG에너지솔루션이 23.5%로 바짝 추격했다. 일본 파나소닉이 18.5%로 3위, BYD(중국)가 6.7%로 4위,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이 각각 5.8%와 5.4%로 5위와 6위를 달렸다.

국가별로 보면 한국과 중국이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올해 들어 1∼2월을 놓고 보면 CATL의 점유율은 31.7%로 치솟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19.2%로 떨어졌다.

3월 배터리 전기차 사용량 2021.03.31
SNE리서치 제공

여기에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유럽에 6곳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공급하겠다고 했다.

또 2023년부터는 현재의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각형 배터리를 탑재해 2030년까지 비중을 80%로 높이기로 했다. 협력 파트너로는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중국의 CATL을 선택했다.

이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로 생산해 지금까지 폭스바겐에 공급해온 LG 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 우리나라 배터리업체에는 큰 악재다.

글로벌 전기차 선두기업인 테슬라는 일찌감치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했고, 도요타와 포드 GM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배터리 자체 생산을 서두르고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휴대폰 업체인 애플까지 자체 설계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 개발에 나선 상태다. 특히 일본의 도요타는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탑재 전기차 시험 차량을 올해 공개하겠다고 한 상태여서 배터리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 K-배터리 위상과 경쟁력 높여야할 시점 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한국 배터리 업계의 위상과 경쟁력을 높이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양사의 분쟁은 결국 모두의 패배로 중국과 일본 등에 어부지리를 주는 것이다"라면서 "이번 합의를 K 배터리의 위상과 경쟁력을 더욱 높일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손승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글로벌 배터리 경쟁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되는 마당에 LG와 SK의 분쟁 장기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K 배터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양사는 선의의 경쟁은 하되 서로 협력해야 하며 정부도 이를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했다.

LG·SK 배터리 분쟁 일지 LG에너지솔루션 LG엔솔 SK이노베이션 2021.04.11

◆ 명분 얻은 'LG엔솔', 실리 얻은 'SK이노'

한편 이번 합의로 LG에너지솔루션은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조원이라는 막대한 합의금을 챙겼다. 자사가 "옳았다"는 명분도 얻었다. 그렇지 않아도 투자 자금 조달을 위해 연내 상장을 추진하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엄청난 '실탄'을 확보한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은 ITC가 내렸던 10년 수입금지 조치 부담을 덜며 미국 사업을 지속할수 있는 실리를 얻었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11일 합의문을 통해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