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산업이 반도체 부족 영향으로 2개월 만에 성장세가 꺽였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3월 자동차 산업 월간 동향'에 따르면 작년 동기 대비 자동차 생산은 9.5%, 내수는 0.9%, 수출은 1.4% 각각 줄었다.
올해 들어 2개월 연속으로 생산·내수·수출이 트리플 두 자릿수 증가를 보였던 기세가 꺾인 것이다.
자동차 생산은 반도체 수급 차질에 따른 한국GM의 부평2공장 감산, 르노삼성의 닛산로그 수출 중단, 쌍용차의 내수·수출 부진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33만3천848대에 그쳤다.
내수 판매는 17만1천340대로 집계됐다. 국내 업계의 신차 효과가 나타났음에도 역기저효과 등으로 인해 소폭 줄었다.
국산차는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은 탓에 6.2% 감소한 14만523대가 팔렸다.

◆ 반도체 부족, 코로나19 수요 감소 예측 실패
완성차 업계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게 된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수요 예측에 실패한 탓이다.
파운드리 업체들은 완성차 업체들이 코로나19로 자동차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판단해 반도체 주문량을 줄이자 생산 라인을 게임이나 PC, 가전제품용 반도체 생산으로 돌렸다.
그러나 자동차 수요가 당초 예측보다 줄지 않았고, 자동차 업체들이 뒤늦게 반도체를 주문했지만 이전과 같은 원활한 수급은 되지 않았다.
여기에 미국 텍사스주의 한파로 삼성전자와 인피니언 등의 반도체 공장 가동이 중단됐고, 세계 3위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인 일본 르네사스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는 등 각종 재해와 사고가 겹치면서 수급난은 심화됐다.

◆ 국내 완성차 감산 본격화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국내 완성차의 감산이 본격화되고 있다.
내 완성차업체 중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한국GM은 지난 2월부터 부평2공장의 가동률을 50%로 줄였고, 자동변속기를 제조하는 보령공장도 완성차 생산량 감소에 따라 휴업 등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는 공장별로 특근을 감축하고 인기 차종 중심으로 생산 라인을 가동하면서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울산1공장은 지난 7일부터 일주일간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코나에 들어가는 전방 카메라 반도체가 부족해진 데다 아이오닉 5의 PE모듈(전기차 구동 부품 모듈) 수급 차질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울산1공장에 이어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도 파워트레인 컨트롤 유닛(PCU) 부품의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12∼13일 이틀간 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쌍용차는 이달에는 반도체 수급난으로 평택공장의 생산을 8일부터 16일까지 중단하게 됐다.
문제는 차량용 반도체는 개발까지 10년가량이 소요되는 데다 안전성이 중요해 공정이 까다롭고, 핵심 부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대체품 적용이 어려워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최소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차량용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해 대만 정부는 물론 TSMC 측과도 협의를 진행했지만, TSMC로서는 미국, 유럽, 일본 등으로부터도 공급 압력을 받고 있어 우리나라부터 물량을 늘려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