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기대감 상승 등으로 올해 송파구가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에 이어 주요 재건축 단지가 있는 강남·노원·서초·마포·양천구 등이 상승률 상위권에 들었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주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주간 누적 기준으로 1.12%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0.13%)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10배에 육박하는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송파구가 1.77% 올라 서울에서 가장 상승률이 높았다.
송파구 다음으로는 강남구와 노원구가 각각 1.42% 상승해 뒤를 이었고, 서초구(1.40%), 마포구(1.38%), 양천구(1.31%) 등의 순이었다.
이들 지역 모두 재건축 시장에서 주요 단지로 꼽는 아파트가 있는 구다.
송파구는 잠실동 주공5단지를 비롯해 신천동 미성·크로바·장미아파트,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 등 재건축 단지들이 집값 상승을 이끌었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5㎡의 경우 작년 9월 23억원(9층)에 신고가로 거래된 뒤 작년 말에 18억8천300만원(11층)까지 가격 조정이 이뤄졌다.
올해 1월 22억6천300만원(8층), 22억8천300만원(15층)에 이어 지난달 24억3천300만원(5층)에 최고가 거래가 이뤄지며 직전 신고가 대비 1억3천300만원 올랐다.
현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해당 주택형의 호가는 25억원 수준으로 더 올랐다. 4·7 보궐선거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한 오세훈 시장 당선이 유력해진 시점부터 집주인들이 물건을 들이고 호가를 1억원가량 올렸다고 한다.
여기에 매수세가 붙으면서 최근 1∼2주 사이 4건 정도의 거래가 추가로 성사됐고, 이 가운데는 신고가 거래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준공 34년째를 맞은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도 올해 신고가 경신이 계속되고 있다.
2단지 전용 163.44㎡는 작년 7월 27억원(13층)에 최고가 거래 이후 거래가 없다가 지난달 30억5천만원(7층)에 매매 계약서를 써 8개월 만에 3억5천만원 오른 신고가에 거래됐다.
3단지 83.06㎡는 작년 말 신고가인 19억원에 팔린 뒤 올해 2·3월 각각 20억원(6층·23층)에 거래되며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강남구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245.2㎡가 6개월 전 67억원(9층)보다 13억원 오른 80억원(11층)에 거래되면서 올해 전국 최고가격에 거래되는 등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노원구는 상계동 주공아파트와 월계동 미성·미륭·삼호3차 등 재건축 아파트값이 상승세다.
최근 예비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상계주공16단지 59.39㎡의 경우 이달 9일 6억2천만원(15층)에 거래되며 직전 최고가(6억원)보다 2천만원 올랐고 현재 호가는 6억5천만원까지 치솟는 등 강세다.
서초구는 잠원동을 비롯해 반포동, 방배동, 서초동 등의 재건축 아파트값이 오름세다. 서초구는 재건축 추진 사업장이 총 32개로, 서울에서 가장 많아 전체적으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마포구는 성산동 성산시영(대우·선경·유원) 등을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고, 양천구는 목동 신시가지 11단지가 지난달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음에도 시장선거 이후 호가가 더 올랐다.
목동신시가지7단지 66.6㎡의 경우 이달 9일 17억6천만원(6층)에 매매가 이뤄지며 종전 최고가인 2월의 17억4천만원(12층) 기록을 경신했고, 현재 호가는 2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목동 A 공인 대표는 "시장 선거 후 집주인들이 호가를 확 올렸다. 최근 101.2㎡가 25억원에 매매되면서 66.6㎡도 20억원을 받겠다고 내놓고 있다. 이런 물건도 찾는 손님이 있다"고 전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재건축 아파트값이 더 오르고 있지만,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지 아니면 꺾일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이미 집값이 많이 오른 상태이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사업성을 좌우하는 규제는 서울시 권한으로 풀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