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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송금 제한하는 은행권…김치프리미엄이 부른 혼란

은행권이 해외송금을 제한하고 있다. 이달 들어 '김치 프리미엄'(국내 시세가 외국보다 높은 현상)을 활용한 차익 거래로 의심되는 해외 송금액이 급증했다. 가상화폐 관련 법규가 명확하지 않은 탓에 은행권은 일반 자금세탁 등 불법 거래를 위한 분산 송금 및 차명 송금 관련 규제를 동원해 관리에 나섰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비대면으로 중국에 송금할 수 있는 '은련퀵송금 다이렉트 해외송금'에 월 1만 달러 한도를 신설했다.

기존에는 연간 한도 5만 달러 이내면 매일 5천달러씩 송금할수 있었다.

우리은행은 창구에서 송금하는 경우 증빙서류 등을 요청해 의심스러운 해외 송금을 막을 수 있지만, 비대면의 경우 한계가 있어 이같은 한도 조건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관계자는 "창구에서는 직원이 의심스러운 거래를 확인하고 있고, 비대면은 '은련퀵송금'만 막아도 대부분의 가상화폐 관련 의심거래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의 경우는 비대면 해외 송금이 가능한 '하나EZ'의 월 한도가 이미 1일 1만 달러로 책정돼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도 할 송금이나 자금세탁이 의심된다고 판단될 경우 서비스 이용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는 자사의 '해외계좌송금 보내기'와 'WU빠른해외송금 보내기' 거래 시 ▲ 외국환거래법상 신고 의무 회피 등을 위해 고의로 소액송금을 반복하는 분할 송금 거래 ▲ 가상화폐 투자 명목으로 타인으로부터 국내 계좌로 자금을 이체받아 해외수취인에게 반복적으로 송금해 자금세탁이 의심되는 거래 등을 주의해야 할 사례로 소개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외환 담당 부서장급과 비대면 회의를 갖고 은행권에 "현행 자금세탁방지 관련 제도 내에서 내부통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 가상화폐 송금 제한, 법적 허점 드러내는 사례로 지적

은행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8일 은행 실무진이 참석한 외환거래규정 관련 회의에서 이같은 해외 송금 문제를 거론했다.

이후 정부는 9일 주요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창구에 '가상화폐 관련 해외송금 유의사항' 공문을 내려보냈다.

대체로 해당 은행과 거래가 없던 개인 고객(외국인 포함)이 갑자기 증빙서류 없이 해외로 보낼 수 있는 최대금액인 미화 5만달러 상당의 송금을 요청하거나 외국인이 여권상 국적과 다른 국가로 송금을 요청하는 경우 거래를 거절하라는 지침이다.

이에 따라 일선 은행 창구에서는 최근 해외 송금을 놓고 고객들과의 실랑이도 잦아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간 5만달러까지는 송금 사유 등에 대한 증빙 서류 없이 해외 송금이 가능하지만, 최근 관련서류(자금출처·자금용도) 제출을 일일이 요청하니 고객과의 갈등이 커지고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은행 창구에서 벌어지는 해외 송금 관련 혼란은 가상화폐의 법적 허점을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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