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산에 대한 상속이 이르면 27∼28일께 공개할 예정이다.
이건희 회장의 주식은 이재용 부회장과 홍라희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각자에게 얼마만큼의 주식이 배분되느냐에 따라 삼성 지배구조를 바꿀 만한 파괴력을 지닌다.
상속의 핵심은 그룹 지배구조와 닿아 있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이다.
이건희 회장은 현재 삼성전자 주식 4.18%와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8%, 삼성SDS 0.01%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이 전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주식 상속가액 기준)는 15조5천억원, 삼성생명은 2조7천억원으로 상속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삼성은 크게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물산은 지분 17.33%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반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보유 지분은 각각 0.06%와 삼성전자 0.7%로 미미하다.
이 부회장이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를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간접 지배하는 형태다.
이러한 취약한 구조 때문에 법정 비율로 상속받으면 홍라희 여사에게 4.5분의 1.5(33.33%)의 가장 많은 지분이 돌아가지만, 이보다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지분 정리가 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제출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변수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51%를 '시가 기준' 3%로 낮춰야 한다.

◆ 증권가가 예상하는 상속 시나리오
증권가에서는 이 전 회장의 지분이 이 부회장 등 세 자녀 중심으로 배분되더라도 그 방식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 전부를 이 부회장이 상속받는다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 여기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나머지 주식과 부동산을 상속받는 내용이 포함된다.
그러나 상속인들이 각자 상속받은 재산 비율대로 상속세를 분담하기로 한다면 이 부회장의 상속세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그래서 삼성생명 지분을 절반가량 매각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더해진다. 이미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을 19.34%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이 상속받은 삼성생명 지분 20.76% 가운데 절반인 10%가량을 매각해도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4.18%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이 부회장 등 일가가 아니라 삼성물산이 '상속'받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삼성물산이 그룹의 최상단에 있기 때문에 삼성물산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는 곧 삼성물산의 대주주인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보험업법 개정 움직임에도 대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지분을 상속받고 법인세를 내는 게 이득이고 이 부회장도 삼성전자의 직접 지배를 포기하고 삼성물산을 통해 간접 지배하는 피해를 보는 대신에 세금 부담은 줄일 수 있어 피해와 혜택이 같이 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 지분을 이 부회장이 상속받고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등 나머지 주식을 홍 전 관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 상속받는 방안도 나온다.
◆ 이건희 컬렉션의 향후 방향은
삼성 일가는 이 회장의 사재 일부와 '이건희 컬렉션'으로 알려진 미술품 일부를 사회에 환원할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이 규모가 줄잡아 2조∼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일단 이건희 회장의 사재 일부가 출연될 전망이다. 이건희 회장은 2008년 특검의 삼성 비자금 수사 당시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가운데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며 사재 출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사재 출연 방식은 이건희 회장 명의의 재단 설립 가능성이 점쳐진다.
재계 관계자는 "전적으로 유족의 결정에 달린 일이지만 이건희 회장이 13년 전 사회 환원을 약속한 사재 외에 이 회장이 6년 이상 병상에 있을 때 받은 배당금도 조단위에 이르러 사재 출연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며 "다만 12조∼13조원으로 추정되는 역대급 상속세 부담이 있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감정가만 2조5천억∼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건희 컬렉션' 1만3천점중 일부는 기증하기로 하고 국립현대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 지방 미술관 등과 절차를 밟고 있다.
미술계에서는 미술품 기증 규모를 1조∼2조원 가량으로 추정한다. 일부 미술품은 리움·호암미술관이 소속돼 있는 삼성문화재단에 출연할 가능성도 있다.
이건희 회장의 유서 존재 여부가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이러한 사재와 미술품에 대한 사회 환원은 고인의 사회적 평판을 제고하는 것이면서 상속세 절세라는 일석이조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상속 재산 분배는 그룹의 지배구조는 물론 개인의 상속세 부담 능력도 모두 고려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상속세 납부 방안은 6년에 걸친 연부연납이 예상된다.
상속세는 삼성 일가가 받는 배당금이 주요 재원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부족한 금액은 직접 금융권의 대출을 받거나 주식·부동산·배당금 등을 담보로 은행의 '납세보증서' 또는 보증보험사의 '납세보증보험증권'을 받아 국세청에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