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현대차그룹 동일인을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
현대자동차그룹이 21년 만에 정의선 회장을 새로운 총수로 맞이했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사업 추진과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현대차그룹의 동일인(총수)을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했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그룹 내 직책에서 모두 물러났고, 현대차(지분 5.33%)와 현대모비스(지분 7.15%) 의결권 행사를 정의선 회장에게 포괄 위임한 점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다.
공정위는 정 명예회장의 건강 상태를 비춰볼 때 경영 복귀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한 인공지능(AI) 신기술·신산업 출현, ESG라는 신경영 패러다임 대두 등 급변하는 환경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을 고려해 동일인을 변경한다고 공정위는 덧붙였다.

◆ 정의선의 모빌리티 전환 가속화 예상
정 회장이 대외적으로 총수 인정을 받은 만큼 현대차그룹이 현재 추진 중인 사업과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부회장 때부터 실질적으로 현대차의 미래 사업을 이끌었던 정 회장에게 공정위가 책임감을 더 부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정 회장이 안정적인 지배권을 바탕으로 신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 취임 직후부터 현대차 그룹의 체질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벗어나 자율주행과 도심 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수소 등 모빌리티 업체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말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총 8억8천만달러(한화 약 9천588억원) 인수하기로 했다.
올해 초에는 기아자동차의 사명을 기아로 변경하며 새 출발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어 전기차 아이오닉5를 출시하고, 2025년 전기차 라인업을 23개로 확대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정 회장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등 4개의 순환출자 구조로 되어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코스피 상장 이후 정 회장이 지분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여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