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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빌라라도' 빌라 거래량 4개월 연속 아파트 추월

서울에서 '빌라'로 불리는 다세대·연립주택의 거래량이 아파트 거래량을 4개월 연속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급등하고 전셋값마저 크게 뛰자 내 집 마련 수요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 매입을 서두르면서 거래량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빌라 거래량 4개월째 아파트 추월

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신고일 기준)는 총 3천217건으로, 아파트 매매 건수(1천450건)보다 2.2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신고 기간이 4주가량 남아있어 지난달 매매 건수는 더 올라가겠지만, 다세대·연립이나 아파트 거래 모두 같은 시점을 기준으로 비교한 것이어서 추세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아파트 거래량은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보다 월간 기준으로 2∼3배까지도 많다.

그러나 올해는 1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거래량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월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5천883건으로 아파트 거래량(5천771건)을 근소하게 앞질렀는데, 2월은 4천422건으로 아파트(3천854건)보다 14.7% 많아졌고, 3월은 5천56건으로 아파트(3천730건)보다 35.5% 많아졌다. 여기에 지난달은 아파트 거래량의 2.2배 수준으로 격차를 더 벌렸다.

주택

▲아파트값, 전세 오르니 무주택자들 빌라로 '내 집 마련'

전문가들은 작년부터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정부의 다중 규제로 올해 주택 시장이 '거래 절벽' 상황을 맞았는데, 전셋값마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무주택자들이 아파트보다 저렴한 빌라 매수로 돌아서면서 거래량 역전 현상이 굳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증가는 실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2·4 대책 발표 이후 투자 목적의 빌라 매입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빌라 거래를 지역별로 보면 도봉구(357건·11.1%), 강서구(304건·9.4%), 은평구(273건·8.5%), 강북구(237건·7.4%) 등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했다.

송파구 송파1동의 한 빌라를 계약한 이모(34)씨는 "이 지역 아파트는 원래도 비쌌지만 1년 사이 올라도 너무 올라 구입은 커녕 전세 구하는 것도 엄두를 못 낼 지경이다. 전셋값도 정말 무섭게 올라 가만히 있으면 서울에서 전셋집 하나 못 구하겠다 싶어 적당한 빌라를 샀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본동 A 공인 대표는 "막 취업한 직장인이나 신혼부부가 아니라 결혼한 지 어느 정도 된 맞벌이 부부에게도 서울 아파트값은 자력으로 해결하기엔 어려운 숙제"라며 "누구나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지만, 예산이나 상황이 안되는 경우 역세권 신축 빌라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정부는 2·4 대책에서 이 대책 발표 후 매입한 빌라가 있는 지역이 추후에라도 공공 재개발 지구로 지정되면 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하겠다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빌라 매매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KB 리브부동산 월간 조사에서 서울의 연립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작년 8월 3억113만원으로 처음 3억원을 넘긴 뒤 작년 11월 3억1천343만원, 올해 1월 3억2천207만원, 지난달 3억2천648만원으로 매달 상승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값이 너무 올라 내 집 마련의 사다리가 사라져가니 무주택 실수요자 일부가 차선책으로 빌라를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다세대·연립주택은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 아파트처럼 거래가 원활하지 않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