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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현대차, 차량용 반도체 문제해결 손잡았지만

업계 "선언적인 의미의 협약을 맺은 것으로 보면 된다"
부품업계, 웃돈 줘서라도 반도체 확보해야할 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완성차 업계에 타격을 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 해결에 나선다.

반도체 업계가 꺼려온 차량용 반도체가 정부 지원 이래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삼성전자, 현대차 등은 1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한국자동차연구원,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등과 함께 차량용 반도체 수요·공급 기업간 연대·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협약식을 열었다.

국내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미래차 핵심 반도체의 연구 개발을 지원하는 데에 힘을 모으자는 취지다.

이를 토대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부족 사태를 빚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 기관의 협력 기반을 마련하고, 향후 미래차 핵심 반도체의 선제적인 내재화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주력으로 하는 고성능 메모리와 비교해 차량용 반도체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탓이다. 여기에 스마트폰·PC 등 제품 교체 주기가 짧은 IT 기기에 주로 장착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차량용은 최장 10년 이상 운행하는 자동차에 탑재돼 제품 사이클과 보증 기간이 길다는 이유로 국내 기업은 생산을 꺼려왔다.

정부는 내년 중으로 차량용 반도체 전(全)주기 자립화를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올해 안에 민관 합동으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 동향과 전망, 주요 기술특허 등을 조사·분석해 중장기 차량용 반도체 기술 개발 로드맵을 수립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3월 민관이 함께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를 출범했다. 같은 달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5개사와 만도, LS오토모티브 등 차량부품업체 8곳, 네오와인, 빌리브마이크론, 실리콘알엔디 등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업체 15곳이 한자리에 모여 기술 교류회를 열기도 했다.

차량용 반도체 (PG) 자동차 차

다만 아직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 등이 제시된 것은 아니다. 이미 차량용 반도체의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자동차업계 입장에서는 일단 반도체업계와의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를 둬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성과가 나온다기보다는 미래 핵심 반도체 공급망을 내재화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선언적인 의미의 협약을 맺은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 "자동차 부품난에 최대 15배 비싼 부품 사러 미국행도 검토"

반도체 품귀로 부품업계는 절박한 상황이다. 부품업체들은 반도체 부족과 완성차 납품 물량 감소로 감산에 들어가면서 매출이 하락한데다 인상된 반도체 가격까지 감당해야 해 경영난이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차량용 반도체 수급의 '보릿고개'로 접어들면서 이미 20% 가량 인상된 반도체 가격에 웃돈까지 얹어 평소보다 2∼10배 오른 가격에 반도체를 구매하려는 부품업체들이 늘고 있다.

자동차 전장 제어 시스템을 생산하는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심화되면서 공장 가동률이 이전보다 50% 이상 줄었다"며 "웃돈을 주고라도 반도체를 확보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절대적인 물량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챠량용 카메라 부품을 만드는 한 부품업체는 최근 원래 반도체 가격의 50∼100%에 달하는 웃돈에 '반도체 급행료'까지 지불하며 물량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이달 초 자동차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긴급 실태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78곳 중 66곳(84.6%)이 경영 애로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용 반도체를 직접 구매해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 21곳 중에서는 90.5%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고, 반도체를 직접 취급하지 않는 업체 57곳 중에서는 82.5%가 납품량 감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도 어려워졌다"며 "돈을 그냥 달라는 게 아니라 반도체 수급난이 언제 해소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출이라도 받을 수 있게끔 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지난 12일 '자동차의 날' 기념식에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평상시보다 2∼10배 오른 가격으로 구매하거나 기존 거래선에 급행료를 지불하고 구매해오고 있지만 물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해소를 위해 정부와 기업, 금융기관이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