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세대의 내 집 마련 수요와 투자심리가 재건축 아파트 단지로 쏠리면서 서울 집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 매수 주도 세력인 30대는 중저가 재건축 호재 단지를, 40대는 상대적으로 비싼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40세대 재건축 아파트 단지 매수세 늘어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14일 기준) 노원구 아파트값은 0.25% 올라 서울에서 상승률 수위를 달렸다. 서초구는 0.19%, 송파구는 0.16%, 강남구와 마포구, 동작구는 각각 0.15% 상승했다.
이들 지역은 모두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서울지역 평균 가격 상승률(0.12%)을 크게 상회했다.
아파트 매수는 올해도 3040대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 1∼4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2만69건) 가운데 30대 매입 비율은 36.6%(7천358건), 40대는 26.6%(5천340건)였다.
전체적으로 30대가 매수를 주도하고 있지만, 집값이 높은 지역에서는 40대의 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난다.
예컨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 강동구, 양천구, 광진구 등에서는 40대 매수세가 강했으며 노원구 등 여타 지역에서는 30대가 압도적 강세를 보였다.
특히 30대가 주도하는 노원구 아파트값 상승세는 두드러졌다. 이 지역은 지난 2·4 공급대책 이후 주간 상승률이 0.09% 안팎에서 움직였으나 4·7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0.16% 이상으로 퀀텀 점프하며 강남 3구 상승률을 추월했다. 5월 첫 주 이후엔 0.20% 위로 올라서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이 됐다.
압구정·여의도·목동 등과 달리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에서 제외된데다 재건축 단지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다는 점에서 매수세가 강해진 것을 보인다.
실제 지난 5월 기준 노원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5억660만원으로 서울지역 평균(9억1천712만원)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30대의 경우 사회에 진입한 지 얼마 안 돼 자본 축적이 미미하기 때문에 빚을 내거나 전세를 끼고 매입할 수 있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재료가 있는 아파트를 찾다 보니 노원 등 중저가 단지가 많은 지역으로 쏠린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정책 요인·기대 이익, 3040세대 투자심리 자극"
4·7 재·보궐선거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 움직임 등이 3040세대의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몇 년간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리스크는 적고 기대 이익은 높은 투자 자산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젊은층의 매수 욕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예컨대 잠실주공아파트의 경우 13평 기준으로 재건축 지분가격은 5억∼6억원대였는데 34평 아파트를 받아 입주했을 때는 10억 원대였다가 지금은 30억 원이 됐다"면서 "선배나 부모 세대의 경험에 대한 학습효과로 젊은층의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단지의 입지 우수성도 강력한 흡인력이다. 지은 지 30년 이상 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은 교통, 교육, 문화 등 생활 인프라가 좋은 곳이어서 주택 부지가 고갈된 서울 도심에서는 입지가 가장 우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행 가점 위주의 분양시장에서 젊은층이 설 땅이 없다는 점도 재건축으로 쏠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예컨대 최근 역대급 로또 청약으로 관심을 끈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 원베일리' 아파트 일반분양분(224가구)의 1순위 청약에는 3만6천여명이 몰렸다. 모두 가점으로만 분양되는 이 아파트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가점 70점이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무주택 기간과 청약 통장 가입 기간이 만점이고 부양가족이 4명 이상이어야 가능한 가점이다. 설사 현금 동원력이 있다고 해도 3040 세대는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다. 정도의 차이는 좀 있지만, 서울 도심에서 분양되는 민간 아파트는 거의 유사한 흐름이다.
젊은층의 내 집 마련에 대한 절박감과 정책 요인, 미래 수익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재건축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장기적으로 보유하고 있으면 언젠가 재건축됐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가치나 프리미엄이 다른 자산보다 크다는 생각에서 재건축단지에 투자가 몰리고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개발 기간의 장기화 등 재건축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있지만 언젠가는 개발돼 기대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