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셋값이 심상치 않다. 새 임대차 입법 시행 이후 전세 매물 품귀 현상과 서처구 재건축 이주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전셋값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전셋값이 2년 전 매매값을 뛰어넘거나 비슷한 매물이 나오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강남 전셋값 천정부지. 경기도도 1년간 30% 뛰어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전셋값 상승률은 0.11%를 기록했다. 전주(0.08%)와 비교해 오름폭이 커져며 19주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폭을 보였다.
특히 재건축 이주 수요가 있는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84.95㎡)는 지난 10일 23억에 전세계약이 완료됐다. 지난달 24일 같은 평수가 15억에 전세계약이 체결된 것과 비교하면 한달 사이 전셋값이 8억 가량 오른 것이다. 현재 같은 평수 호가는 25억원에 달한다.
금천구 가산동 두산위브 전용 84㎡는 5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2년 전인 2019년 해당 아파트 최저 매맷값은 4억8000만원이었다. 가장 최고가는 5억8800만원이었는데, 지금 전셋값과 비교하면 채 1억원 정도 차이가 난다.
서울에 이어 경기도 역시 전셋값이 30% 이상 뛰었다. 청년이나 신혼 부부 등 자금 마련이 어려운 젊은 세대가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로 밀려나면서 전세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해석된다.
지난 23일 부동산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이 KB부동산 리브온 주택가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5월 경기도의 3.3㎡당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1020만원이었지만, 올해 5월에는 1328만원으로 집계됐다. 1년간 30.3%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하남은 1245만원에서 1865만원으로 49.8% 급등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의하면 하남시 덕풍동 덕풍현대(전용면적 84.81㎡)는 지난 14일 5억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해 5월 25일 2억 6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 동안 2억4000만원이 올랐다.
▲하반기 전셋값 10명 중 7명은 상승 전망
전문가들은 전세 매물은 줄고 가을 이사철 및 3기 신도시 사전 청약 등 전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하반기에도 전셋값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하반기(7∼12월)에 10명 가운데 7명은 전셋값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4일 부동산114가 지난 1∼15일 전국 715명을 상대로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 온라인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2.6%(519명)가 하반기 전셋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전셋값이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서울 등 인기 지역의 입주 물량 부족 때문'(23.5%)과 '매수심리 위축으로 전세수요 증가'(23.5%), '임대차 3법 시행 영향'(23.1%), '임대인의 월세 선호로 전세 공급 부족(17.7%) '청약을 위한 일시적 전세 거주 증가'(7.5%) 등으로 나타났다.
전셋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률은 4.2%(30명)에 그쳤다. 이는 부동산114가 2008년부터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경신한 수치다.
아울러 전체 응답자의 62.1%(444명)는 하반기에 주택 매매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114는 "올해 상반기 상승 전망치(70%)와 비교하면 수치가 다소 떨어졌다"면서도 "과거 조사에서 상승 전망 수치가 50%를 넘기 어려웠던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주택 매매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는 응답률은 7.3%(52명)에 불과했다. 이 수치 또한 부동산114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