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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이주 수요에 들썩이는 전세시장. 가을 전세난 우려 커져

재건축 이사 수요 등 영향으로 강남 아파트 전세난이 커지는 가운데 가울 이사철 앞두고 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한 달 동안 0.08∼0.11% 수준으로 오르며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작년 7월 말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매물 크게 줄면서 큰 폭으로 뛰었다.

5월 0.03∼0.04% 수준이던 전셋값은 5월 마지막 주 0.05%로 상승 폭을 다시 키우더니 6월 들어서는 0.08%, 0.11%, 0.09%. 0.10%로 변동 폭을 키우고 있다.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이 큰 폭으로 뛰면서 서울 전셋값 상승폭을 끌어 올렸다.

서초구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주간 누적 기준으로 6월 한 달간 1.65% 올라 서울 평균(0.38%)의 4배를 웃돌았다.

2위인 동작구(0.67%)와 비교해도 2.5배 높은 수준이다. 송파구(0.63%), 강동구(0.50%), 강북구(0.44%) 등 상승률 상위 지역과 3배 안팎으로 격차가 난다.

서초구 전셋값은 2·4 대책 직후 0.11%에서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4월 0.00%까지 상승 폭을 줄였다.

5월 1∼3주 0.01∼0.07%, 5월 3∼4주 0.16%, 0.26%로 급등했고, 6월 1∼4주에는 0.39%, 0.56%, 0.36%, 0.34%로 뛰었다. 2015년 3월 이후 6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반포 재건축 이주 수요. 반전세·월세 늘어

지난달 반포 1·2·4주구 2천210가구가 재건축 이주를 시작하면서 전세 물량이 줄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초구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전날 기준 2천950건으로, 2개월 전(3천54건)보다 3.5% 줄었다.

이 가운데 반포 1∼4주구가 있는 반포동은 같은 기간 17.9%(918→754건) 줄어 서초구에서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우면동(-17.6%)과 잠원동(-5.8%) 등도 매물이 줄었다.

반포 3주구 1천490가구 역시 재건축을 위해 곧 이주할 예정이어서 전세난은 더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반포동 T 공인 대표는 "재건축 이주 수요가 주변 단지로 옮겨가면서 공급이 수요에 턱없이 못 미치는 상황이다. 미리 이사 준비를 했겠지만, 막상 또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니 주변 전셋값이 더 오르고 들썩이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시장에 매물 부족으로 전셋값이 뛰면서 전세는 줄고 반전세·월세가 늘고 있다.

전세 물건이 줄어든 두 달 동안 서초구의 월세 물건은 오히려 6.7%(2637건→2814건) 증가했다.

래미안퍼스티지의 경우 지난달 전체 단지에서 거래된 임대차 계약 7건 중 5건이 월세를 낀 반전세 형태였다. 순수 전세는 2건에 불과했고, 이 중 1건은 재계약, 1건은 신고가 거래(135.92㎡·33억원)였다.

부동산

▲'전세난 도미노' 우려…동작·성동구 전세 없고 가격 올라

'반포동 전세난'은 서초구를 넘어 인접한 동작·강남·성동구 등의 전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세 매물을 찾는 실수요자들이 서초구를 넘어 근접 지역으로 움직이면서 전세 품귀 현상이 심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아실에 따르면 동작구의 아파트 전세는 2개월 전과 비교하면 36.5%(791건→503건) 감소했다. 상도동(-78.9%), 흑석동(-19.8%), 사당동(-8.2%) 등에서 물건이 줄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옥수동 옥수하이츠 84.86㎡는 지난달 4일 보증금 8억6000만원(1층)에 신고가로 전세 계약이 이뤄졌고, 동작구 사당동 사당자이 84.46㎡는 5월 말 보증금 6억5000만원(15층)에 역시 신고가로 거래되는 등 전셋값도 상승세다.

압구정동에서도 현대3차 82.5㎡가 지난달 24일 보증금 10억원(6층)에 전세 계약서를 써 역대 최고가격에 거래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반포에서 시작된 전세 불안이 인근의 동작, 용산, 성동, 강남, 송파구 등으로 번지는 모양새지만, 국지적인 불안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서울 전체적으로 임대차 임대차 3법 시행과 입주 물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세 유통 물량이 줄어든 상황과 만나 더 좋지 않은 상황을 만들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전세 품귀 속에 전세는 줄고 월세는 늘어나는 구조적인 전세난이 심화할 우려도 여전하고, 전세난이 매매시장을 자극하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길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