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는 7·10 대책에서 취득세와 종부세, 양도세 등을 올려 다주택자들이 매물 내놓도로고 압박했다. 그러나 다주택자들은 양도 대신 버티거나 증여를 택했다. 시중 매물은 말랐고, 신규 주택 공급까지 감소하면서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기보다는 대선 결과를 지켜보면서 내년까지는 버티기를 계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7·10 대책은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재앙이었다. 취득세와 종부세, 양도세를 한꺼번에 끌어올려 취득과 보유, 거래 전 과정에서 '세금 폭탄'을 안겼다.
취득세율이 최대 12%까지 올랐고,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도 최고 6%로 높아졌다. 3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종부세는 더블이 됐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다주택자 주택은 시가(합계 기준)가 30억원이면 종부세가 약 3천800만원, 50억원이면 약 1억원 이상"이라고 했다.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팔 때 적용하는 양도세 중과세율도 종전보다 10%포인트 높여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가 됐다. 기본세율과 양도세 최고세율에 지방세를 합하면 세금부담은 최고 82.5%까지 올라간다.
종부세와 조정대상지역 내 양도세 중과는 올해 6월 1일부터 시행됐다. 다주택자들에게 유예 기간에 매물을 토해내라는 압박이었다.
다주택 가구는 317만(2019년 기준)이며 이들 가구가 보유한 주택은 약 770만 건에 달한다. 반면 무주택 가구는 888만이고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6%다.
정부는 다주택자들이 세금 부담을 버티지 모사고 매물을 내놓아 무주택자들에게 어느 정도 공급이 이뤄지면서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세금폭탄에도 버티는 다주택자들, 증여 택해
그러나 다주택자들은 매물을 내놓기보다 증여를 택했다. 양도세를 내는 것보다 증여세가 덜 부담스럽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다주택자가 1주택자가 되는 경우 부여했던 최대 40%(보유기간 공제율)의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 기산일을 주택의 취득 시점에서 최종 1주택자가 되는 시점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 소득세법 개정안은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내년까지 다주택자가 집을 처분하지 않으면 기존 양도세 중과에 폭탄을 하나 더 안게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들이 대선 결과를 지켜보며 내년까지 버틸 것으로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대체로 약 3년 전 아파트 분양가격이 지금의 전세가 수준이어서 다주택자들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회수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향후 양도세 중과 완화 등 세제 완화를 기대하면서 좀 더 버틸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은 "다주택자들은 양도세의 벽이 워낙 높다고 느껴 매각보다는 증여를 택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집값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앞으로 당분간은 풍부한 유동성의 힘으로 가격이 더 오르고 나서 조정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여야 어느 쪽이 정권을 잡든 난마처럼 얽힌 다주택자 규제를 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여당 대권 후보들은 다주택자 규제를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하게 밀고 나갈 태세다.
야당인 국민의힘 후보들은 대체로 규제 완화에 방점을 두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경우 지난달 3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집을 두 채 정도는 가질 수도 있다"면서도 "임대사업자가 수십 채, 수백 채 갖고 있으니 시중에 매물이 안 나오지 않나. 이들에 대한 특혜를 회수해 매물이 풀리게 해야 한다"고 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부동산 역사에서 변치 않는 원리는 사이클이 있다는 것"이라면서 "지금까지는 막대하게 풀린 유동성과 공급 부족 등 정부 정책의 실책에 편승해 다주택자들이 승리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고 원장은 "최근 몇 년간 '역대급' 상승으로 버블이 형성된 것은 사실"이라면서 "일단 내년 대선까지는 집값을 잡을 브레이크가 없어 당분간 시장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지만 그 이후에도 지금 같은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