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이 재정적 어려움과 자살의 상관관계를 밝혔다. 고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기명 교수팀은 가계 재정 곤란이 가중될수록 자살 생각이 커지고 이는 65세 이상 남성일수록 더 크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에 대해 지난 24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 1년 동안 7가지 요소에 대해 한가지만 경험했다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가정하고 연구를 진행했다. 강제 퇴거, 공과금 미납, 건강보험 미납, 가구원 중 신용불량자 존재 등이 그것이다. 연구 결과, 전 연령층에서 가계재정의 곤란이 가중될수록 자살 생각이 강해지는 것을 확인됐다.
해당 요소를 3개 이상 겪은 경우 20.2%가 자살 생각을 했고 이에 비해 재정적 어려움이 없는 청장년층(20-49세)은 1.2% 수치로 나타났다. 65세 이상의 경우, 해당 요소가 한가지씩 증가할 때마다 여성은 23%, 남성은 39% 증가했다. 3개 이상 겪은 65세 이상 남성은 3배 증가했다.
2년 연속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면 4.2배 증가했는데, 이는 우울증 소견이 있는 경우 2.9배 증가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위험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간한 '2021 자살예방백서'에 의하면, 2019년 국내 자살자수는 1만3799명이었다. 이는 전년보다 129명 증가한 수치다. 연령대별로 차이가 있었는데 동기를 보면, 31-60세 남성은 경제적 어려움이 이유였고 여성은 모든 연령대에서 정신적 어려움이 많았다.
의학 업계 한 관계자는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3.0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며 "해당 연구 결과는 경제적 요인이 자살에 영향을 크게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가 경제 취약 집단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다. 면밀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해당 연구는 자살이 자살 생각, 우울증 등 정신·심리적 과정을 거치지만 물질적인 구조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 결과는 정신의학 분야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Impact Factor=4.8)' 최신호에 '경제적 어려움과 자살생각: 연령 및 성별 차이(원제: Financial hardship and suicide ideation: age and gender difference in a Korean panel study)'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연구책임자 기명 교수는 해당 연구가 자살이 경제적 요인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했고 보건의료 정책 또한 사회경제적 접근이 병행되야 한다는 점에 대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