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출소한 가운데 취업제한 부분이 부각이 돼 있고 이 부회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207일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가석방으로 출소한 그는 이후 자택이 아닌 사초 사옥으로 향했다. 휴식이 아닌, 경영 현장에 복귀한 것이다. 현재 그는 취업제한 조치로 인해 사업장 방문과 같은 부분들에서 적극적 행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형 집행 종료일로부터 5년간 취업이 제한 돼 있는 상태다.
그의 행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이미 가이드 라인 제시는 됐다. 주요 사업장에 방문해 경영진과 미팅을 해도 되고 일상적 업무 수준을 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8일 무보수와 비상근 상태로 일상적 경영참여를 하는 것은 취업제한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 전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그에게 반도체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국익 차원의 역할을 요구했다. 어찌보면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이에 이 부회장이 그에 응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재계에서는 바라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 사업장 부터 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 단위의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그에 따른 고용창출과 경제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연내에 미국에 파운드리(위탁생산) 신공장을 구축하는데, 이 부회장은 여기에 최종 의사결정을 해야 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 미국 파운드리 공장 건설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간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로 대규모 투자와 기업 M&A(인수합병)에 적극 나서지 못했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으로 다시 투자에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간 경쟁사들에 비해 투자에 소극적이었는데, 이 부회장 출소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지 예측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해 2분기에 미국 인텔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기업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인텔은 현재 반도체 생산 투자에 가장 공격적이다. 인텔 CEO는 지난 3월, 독일과 벨기에를 방문해 각 정부를 상대로 총 170억유로(약 23조원) 규모의 첨단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을 제안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간 생산 설비 투자와 관련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출소 이후 취업제한 문제에 대해 유권해석을 받은 상황이다. 경영진과의 미팅과 같은 시간은 문제될 것이 없다. 그가 언제쯤 적극적 행보를 보일지는 알 수 없으나, 일상적 경험 참여로 투자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하는 등 국익을 위한 행보를 보이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석방 후 "코로나19 이후 미래를 준비하겠다"라면서 240조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3년 전보다 60조원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 대응해 반도체 사업에 공적적 투자를 집행하고 코로나19 이후 중요성이 부각된 바이오 산업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