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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잠실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거래절벽'…규제 전보다 6~70%↓

압구정·잠실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거래절벽'…규제 전보다 6~70%↓

서울 잠실·대치·압구정·목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8개 동의 아파트 거래량이 허가구역 지정 전에 비해 평균 60∼7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서울의 전체 거래 감소폭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특히 압구정동은 허가구역 지정 이후 거래량이 94%나 감소하며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됐다.

갭투자 등 가수요 차단 효과는 거뒀으나 집값 안정 여부와 주민 재산권 행사 제약 논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토지거래허가구역 8개동 아파트 거래 평균 65∼67% 감소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개발 호재가 있거나 재건축 등 집값 상승 우려가 있는 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실수요자만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지난해 '6·17 대책'에서는 잠실 일대 마이스(MICE) 개발사업과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추진을 앞두고, 그 영향권에 있는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 전역(총 14.4㎢)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5월 용산정비창 일대 일부 재개발 등 정비사업구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이후 처음 동 단위로 광범위하게 지정한 것이다.

이어 올해 4월에는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지구 24개 단지와 여의도 아파트지구 및 인근 16개 단지, 목동 택지개발 사업지구 아파트 14개 단지, 성수 전략정비 구역 등 4.57㎢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30일 연합뉴스가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를 바탕으로 용산을 제외한 나머지 8개 동의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서울지역 전체에 비해 이들 지역의 거래량은 2∼3배 이상 감소폭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6·17 대책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 등 4개 동의 경우 지난해 6월 24일 허가제 발효 이후 이달 22일까지 1년 5개월간 아파트 거래량이 총 1259건에 불과했다.

허가구역 지정 직전 17개월간 거래량(3816건) 대비 67%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허가구역을 포함한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량이 11만4197건에서 8만5306건으로 25.3%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이들 4개 동의 거래량 감소폭이 2.6배가량 컸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당장 실입주해 2년 이상 거주할 사람만 주택을 매수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가 전세 등 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등 투자 목적의 매수 행위가 원천 금지된다.

거래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집값 전액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는 한 주택 매수가 어려운 것이다.

동별로 보면 잠실의 경우 허가구역 지정 이후 17개월간 아파트 거래량이 485건에 그쳤다. 직전 17개월간 1800건이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73.1%가 줄어든 것이다.

또 이 기간 대치동이 1064건에서 331건으로 68.9% 감소했고, 청담동은 380건에서 167건으로 56.1%, 삼성동은 572건에서 276건으로 51.7% 각각 줄었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한 데 따른 부담감에다 대출 강화 등 전방위 규제로 서울 전역의 거래량이 감소했지만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내 주택은 까다로운 거래 조건 때문에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실수요나 매수하지 유주택자나 투자목적의 매수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연합뉴스 제공]

올해 4월 27일자로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압구정·여의도·성수·목동 등 4개 동도 거래허가 지정 직전 7개월간은 실거래 신고 건수가 총 1270건이었으나 허가구역 지정 이후 이달 26일까지 거래량은 450건으로 64.6% 감소했다.

작년 동기(2020.4.27∼2020.11.26)의 거래량(1481건)에 비해서는 70% 가까이 줄었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전체 거래가 3만6380건에서 2만4343건으로 33%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거래량 감소폭이 2배 가까이 크다.

압구정동은 거래 절벽 수준이다. 압구정동은 허가구역 지정 전 7개월간 314건이 거래됐는데 허가구역 지정 이후 7개월간 실거래 신고 건수는 16건에 그치며 95% 감소했다.

여의도동도 같은 기간 거래량이 220건에서 56건으로 74.5% 감소했다.

또 목동은 544건에서 242건으로 55.5%, 성수동은 192건에서 136건으로 29.2% 각각 줄어 상대적으로 거래량 감소가 덜했다.

현지 부동산 업소들은 "목동과 성수동은 허가대상지역에서 제외된 아파트가 많아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처럼 보일 뿐 허가구역내 아파트 거래량은 다른 지역 못지않게 침체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7개월간 목동 신시가지 7단지의 거래 건수는 단 4건에 불과했고, 목동지구에서 유일하게 안전진단을 통과한 6단지도 7건에 그쳤다.

▲"투자수요 차단" vs "신고가 못막고 재산권 피해" 엇갈리는 평가

일단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이들 지역의 가격 급등을 막는 데는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실제 압구정동은 인근 반포·잠원 일대, 목동은 신길·문래동에 비해 '가격이 덜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애초 재건축이나 개발사업으로 가격이 급등할 수 있는 곳이어서 허가구역 지정 이후 가수요 차단에 따른 가격 안정 효과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잠실 엘스 전용 59㎡는 지난 9월에 21억9천만원, 전용 84㎡는 지난달 27억원에 각각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상황에서도 최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등 가격 안정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호재 지역'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허가구역을 피해 인근 지역에 투자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의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잠실이 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행정구역이 다른 신천동 파크리오 아파트에 투자수요가 몰린 것이 대표적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내 주민들은 불만이 크다. "규제만 강화해놓고, 당근은 없다"고 말한다.

서울시가 앞장서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한 것은 당시 정부에 재건축 안전진단 등 규제 완화를 요청하면서 선제적으로 집값 안정을 위해 거래를 묶어둔 것인데 정부는 여전히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더욱이 오세훈 서울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함께 재건축은 안전진단 이후, 재개발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를 사실상 금지하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발의를 주도해 지역 주민들 사이에는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법 개정안은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대표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부동산 카페에는 "종합부동산세 때문에 2주택 중 하나를 팔고 싶은데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 팔리질 않는다"라거나 "안전진단 시점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를 앞당겨 '물딱지'가 되면 집을 팔고 싶어도 못 팔아 종부세 폭탄을 면치 못한다"는 등의 우려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앞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는 오 시장이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 적용을 계기로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가격이 오를 경우 해당 지역을 추가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