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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 재계약 늘고 이동 수요 감소

최근 신규로 전세를 얻으려는 수요가 감소하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가 약 2년2개월 만에 처음 100 이하로 떨어졌다.

매매에 이어 전세 시장도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보다 임차인을 찾는 물건이 많아진 것이다.

지난해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재계약이 증가한 반면 전셋값 급등과 강력한 대출 규제로 신규 전세 수요는 감소한 영향이 크다.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9.1을 기록해 2019년 10월 21일(99.9) 이후 약 26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선(100) 이하로 떨어졌다.

전세수급 지수(0∼200)가 100 이하로 내려갈수록 시장에서 전세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의미다.

이는 보통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후 전세수요가 늘어나는 통상의 시장 상황과는 다른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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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일선 중개업소들은 당초 수능 이후 거래 침체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세 이동 수요는 점점 더 줄어드는 형국이다. 만기가 임박한 '급전세'도 쌓이는 중이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세도 가격이 너무 올라 세입자들이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며 "물건은 나와 있지만 찾는 사람은 거의 없어서 집주인들의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마포구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두 달 전부터 전세물건이 적체되기 시작해 고점에서 1억원 가까이 떨어진 것도 있는데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수능만 끝나면 전세 수요가 늘 것으로 봤는데 예상이 빗나갔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월세 전세 거래시장이 '동맥경화' 상태에 놓인 것은 지난해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평균 1억∼4억원 이상 급등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까지 강화하면서 신규 이동수요가 급감한 영향이 크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금융당국이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했다가 풀었다가 하면서 2년 새 급등한 전셋값을 감당하기 힘든 세입자들은 지역간 이동이나 주택형 갈아타기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며 "집주인과 협의해 재계약을 하거나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눌러앉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면 전월세 가격 상승이 5%로 제한된다.

서울 권역별로는 5개 중 3개 권역에서 전세수급지수가 100 이하로 하락했다.

성동·광진·노원·도봉·강북 등 8개 구가 포함된 동북권은 지난주 101.1에서 이번주 99.8로 내려왔고, 은평·서대문·마포구가 있는 서북권은 지난주 102.4에서 금주 98.0으로 떨어졌다.

강남4구가 있는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은 이번주 97.0을 기록하며 4주 연속 기준선을 밑돌았고, 도심권(용산·종로·중구)은 이번주 기준선(100.0)에 턱걸이했으나 지난주(101.7)보다 전세수급지수가 꺾였다.

지난주 99.5를 기록한 서남권(양천·강서·구로·영등포·동작·관악구)은 이번주엔 100.4로 지수가 소폭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98.0)보다 떨어진 96.4를 기록하며 4주 연속 기준선을 밑돌았다.

경기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8.4로 지난주(99.5)에 이어 2주 연속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더 많았고, 전세 역시 99.8로 수요보다 공급이 많았다.

이로 인해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지난주 100.1에서 이번주 99.2를 기록하며 2020년 6월 22일(99.9) 이후 약 1년 반 만에 기준선 밑으로 하락했다.

부산(98.6), 대구(88.7), 울산(97.3), 세종(88.1), 전남(94.2) 등지도 매수 심리가 위축되며 기준선을 밑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