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집값 상승률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시기 이래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매매가격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포함) 가격은 작년 말 대비 14.97% 오르면서 2002년(16.43%) 이후 19년 만에 최고 상승 폭을 기록했다.
한국이 IMF 외환위기를 졸업한 2001년에는 줄어든 주택 공급과 저금리로 늘어난 유동성, 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가격이 전국적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전국 집값은 2001년 9.87% 오른 데 이어 이듬해인 2002년에는 상승폭(16.43%)이 더욱 확대됐다.
2002년 당시에는 연초에 집값이 월 2%대의 급등세를 보였다면 올해는 집값이 5월(0.96%)과 12월(0.50%)을 제외하고 거의 매달 1%대 이상의 상승률을 나타냈다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주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파트의 매매가는 올해 전국적으로 20.18% 올라 지난해 상승률(9.65%)의 2.1배에 달했다.
전국 빌라(다세대·연립) 가격 상승률은 올해 6.99%를 기록해 이 역시 작년 상승률(6.47%)을 웃돌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올해는 저금리 기조에 따른 폭발적인 유동성 증가, 작년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 급등 지속, 공급 불안이 겹치면서 수도권과 지방 가릴 것 없이 집값이 동반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전국 집값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주택 가격은 올해 18.61% 올라 2006년(20.34%) 이후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서울(12.50%)과 경기(22.49%)는 2006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고, 인천(23.75%)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6년 이래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2006년은 판교, 위례 등 2기 신도시 개발 호재 등으로 이른바 '버블세븐'(강남권 3구·목동·분당·평촌·용인) 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시기다.
특히 올해 수도권 아파트값은 25.42% 올라 2006년 상승률(24.61%)을 뛰어넘었다. 작년(12.51%)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상승률이다.
아파트값 상승률이 높은 곳은 경기·인천에 집중됐다.
경기 오산(49.30%)과 시흥(43.11%)은 올해 아파트값 상승률이 40%대에 달했다. 동두천(39.26%), 안성(38.52%), 의왕(37.43%), 평택(36.61%), 의정부(36.48%), 안산(34.60%), 군포(33.91%), 수원(33.01%), 인천(32.93%), 고양(32.19%), 화성(31.78%), 남양주(31.70%)는 30%대 상승률을 보였다.
박 전문위원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의 교통개발 호재에 대한 기대감과 비교적 집값이 저렴하다는 인식에 따른 풍선효과로 인해 올해 수도권 외곽 지역의 아파트값이 크게 올랐다"며 "집값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불안을 느낀 2030 세대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서 '탈서울 내 집 마련' 행렬에 동참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