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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전국 민영 아파트 41만여가구 분양. 올해보다 49% 증가

내년 민영 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이 전국적으로 올해 대비 50% 가까이 늘어나면서 40만가구를 웃돌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본격 시행 등의 영향으로 건설·부동산업계가 애초 계획 물량의 72% 수준밖에 공급하지 않았던 만큼 내년으로 이월된 물량이 대거 분양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책변화·대출규제 리스크 피해 상반기에 집중

30일 연합뉴스가 부동산R114와 공동으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위 안에 드는 민간 건설사들의 분양 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에는 전국 500개 단지에서 총가구수 기준 41만8351가구(민간임대 포함, 공공분양·임대 제외)의 민영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는 아직 사업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일부 건설사와 사업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단지들을 제외하고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로, 올해 분양 실적치(28만1053가구)보다 48.9%(13만7298가구) 늘어난 것이다.

작년 같은 시기에 조사한 올해 분양계획 물량(39만854가구)보다 2만7497가구(7.0%) 많다.

정부도 내년에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사전청약 물량을 포함해 최근 10년간 연평균 물량보다 10만가구 이상 많은 약 46만가구의 공공·민간 주택 분양 계획 목표를 발표한 상황이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 11만8230가구, 2분기 11만2678가구, 3분기 6만3994가구, 4분기 6만1496가구 순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물량이 감소한다. 아직 분양 시점을 정하지 못한 물량은 6만1953가구에 달했다.

월별로는 1월(4만2791가구)과 6월(5만1243가구)에 전체 물량의 22.5%가 예정돼있다.

이처럼 상반기에 분양 예정 물량이 집중된 것은 3월 대통령 선거와 6월 지방선거 이후 펼쳐질 부동산 정책과 시장 변화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기준이 기존 총대출액 2억원 초과에서 7월부터는 1억원 초과로 규제가 더욱 강화되는 것도 하반기 분양 시장을 얼어붙게 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정부가 내년에 공급한다고 발표한 사전청약 물량(7만가구)도 4분기에 전체의 46.4%(3만2500가구)가 몰려 있는 등 하반기로 갈수록 아파트 공급 물량이 늘어 분양 리스크가 커지는 구조다.

최태순 부동산R114 빅데이터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대선·지선 이후의 정책과 시장 변화, 7월 이후 대출 규제 강화, 사전청약 공급 부담 확대 등의 이유로 내년 상반기에 분양 물량이 집중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재개발·재건축이 38% 차지…현대건설, 주거시설 최다 분양

유형별로는 자체사업(도급 포함)을 통한 아파트 분양 물량이 55.0%(23만286가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재개발·재건축 아파트가 38.1%(15만9377가구),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통한 아파트가 6.2%를 각각 점했다.

내년 서울에서는 입지와 규모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도시정비 사업지가 많다.

강동구 둔촌주공(둔촌올림픽파크에비뉴포레·1만2032가구)을 비롯해 송파구 잠실진주(2678가구), 동대문구 이문1구역(3069가구) 등이 올해 분양가 산정이나 조합 내분으로 인해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으면서 분양 일정이 내년으로 밀렸다.

경기에서는 광명시 광명1R구역(3585가구)과 베르몬트로광명(3344가구), 안양시 안양역푸르지오더샵(2736가구), 수원시 권선11-6구역(2178가구) 등이 내년에 공급을 앞두고 있다.

경기 지역 내 신도시에서는 파주 운정과 양주 옥정에서 각각 3433가구, 1961가구의 민영 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이다.

인천은 작년에 이어 검단 신도시와 도시개발 물량이 눈에 띈다. 검단에서는 1만1044가구의 민영 아파트가 공급되고, 용현학익 도시개발을 통해서는 시티오씨엘7단지 1478가구 등이 공급될 계획이다.

지방은 광역시를 중심으로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의 분양 계획이 많다.

부산 동래구 래미안포레스티지(4043가구)와 남구 우암2구역(3018가구), 광주 북구 운암3단지(3214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건설사별로는 현재까지 아파트,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생활형숙박시설 등을 포함한 주거시설의 내년 분양 계획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현대건설(3만405가구)로 조사됐다.

이어 대우건설(3만가구), 롯데건설(2만7382가구), GS건설(2만7000가구), HDC현대산업개발(2만3323가구), 현대엔지니어링(2만3148가구), DL이앤씨(2만300가구), 포스코건설(2만23가구), 삼성물산(1만2609가구), SK에코플랜트(1만2427가구) 등의 순이었다.

한 대형 건설사의 임원은 "내년에 계획한 대로 분양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대선과 지선 결과에 따라 어떤 건설·부동산 정책이 나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이 청약 열기 견인할 듯…대출 규제·분양가 상승 등 변수

내년 민영 아파트의 권역별 분양 예정 물량은 수도권이 20만4225가구, 지방이 21만4126가구로 집계됐다.

특히 17개 시도 가운데 경기(11만9624가구), 서울(4만8589가구), 인천(3만6012가구) 등 수도권이 분양 물량 상위 1∼3위를 모두 차지했다.

지방에서는 부산(3만3485가구), 충북(2만8026가구), 대구(2만6015가구), 충남(2만2452가구), 경남(1만9217가구), 경북(1만6973가구), 광주(1만6637가구), 대전(1만3715가구), 전남(9983가구), 전북(8207가구), 강원(6931가구), 울산(6777가구), 세종(3363가구), 제주(2345가구) 등의 순이었다.

최 책임연구원은 "내년에 주택 수요가 많은 서울과 수도권에 분양 물량이 많아지면서 청약 수요자들의 선택이 폭이 넓어질 것"이라며 "주요 도시정비사업 아파트 단지의 분양이 청약 열기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연합뉴스 제공]

그러나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압박, 공급량 확대 등의 변수에 따라 지역·단지별로 올해보다 청약 경쟁률이 낮아지는 곳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지난달 정부가 주택·건설업계의 의견을 수용해 분양가상한제 심사 기준을 개선한 데다 내년 공시가격까지 인상되면서 분양가 상승 또한 불가피한 현실이다. 청약 진입 문턱이 높아지면서 올해만큼의 청약 열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수도권에서는 사전청약 물량이 대거 공급될 예정이어서 청약 수요가 분산될 수 있고, 지방은 공급이 누적되는 지역 위주로 청약 미달 가능성이 크다. 지방 분양시장은 이미 올해 말부터 청약 미달 단지가 속속 등장하며 '찬바람'이 불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청약 호조세는 연말을 거쳐 대선이 있는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라면서도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압력, 공급량 확대, 분양가 상승 등의 변수에 따라 지역별 양극화와 옥석 가리기가 심화되면서 일부 지역의 경쟁률은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