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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압구정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연장에 기준도 강화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내 허가 면적 기준을 대폭 강화한 가운데 다음달 27일과 6월 23일에 기한이 각각 만료되는 서울 도심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재지정(연장)되면서 강화된 허가기준이 적용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건축 등 규제 완화를 추진하기로 한 만큼 이와 병행해 집값 안정을 위한 선제적인 규제 조치를 취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가뜩이나 거래가 급감한 가운데 허가 기준이 강화되면 거래 침체 상태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시점을 안전진단 통과 직후로 앞당기는 규제까지 시행될 경우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이미 이중규제,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연장 추진…내달 도계위서 심의

16일 업계와 관계 당국에 따르면 서울시는 다음달 열리는 도시계획위원회에서 4월 26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종료되는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지구 24개 단지와 여의도 아파트지구 및 인근 16개 단지, 목동 택지개발 사업지구 아파트 14개 단지, 성수 전략정비 구역 등 4.57㎢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하는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계 부서와 자치구의 의견을 수렴하고 부동산 시장 동향 조사를 거쳐 재지정 여부를 결정한다"며 "앞으로의 정책 방향 등도 모두 고려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잠실 일대 마이스(MICE) 개발사업과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추진 영향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 전역(총 14.4㎢)도 마찬가지다.

이들 지역은 올해 6월 22일로 지정 시한이 끝나 재지정 심의를 앞두고 있다.

관가에서는 윤 당선인과 오 시장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고, 용적률과 층수 제한도 푸는 등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시 시장이 불안정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한을 연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으로 이들 지역에 대한 투자 수요 유입을 막아 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거래가 줄다 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 아파트값이 덜 오른 것은 분명하다"며 "강북에서조차 오히려 대치동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싸다고 느끼고 문의가 올 정도"라고 말했다.

▲주민들 "상가 임대차 10년, 상가 팔려면 임차인 쫓아낼 판"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지정된 지 최장 1년8개월을 넘어서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 사이에는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주택이나 상가 등을 거래할 때 반드시 실거주(실영업)할 사람만 살 수 있다. '갭투자자'를 포함해 전세를 끼고 구입해 임대를 놓는 형태의 매수가 불가능하고, 잔금납부 등 조건이 까다로워 거래가 크게 제한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토지거래허가구역내 거래량은 다른 지역보다 급감해 '거래 절벽'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의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송파구 잠실동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2020년 6월 23일부터 2021년 6월 22일까지 1년간 아파트 전체 거래량(공개건수 기준)이 363건에 그쳐 허가구역 지정 전 1년(2019.6.23∼2020.6.22)의 1366건에 비해 73.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잠실동을 제외한 송파구 전체 거래량이 종전 5천17건에서 3천327건으로 33.7% 감소한 것에 비해 2배 이상 감소폭이 큰 것이다.

역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1∼14단지 아파트도 작년 4월 27일부터 올해 2월 말까지의 거래량이 107건에 불과해 지정 전 동기간(2020.4.27∼2021.2.28) 779건이 거래된 것보다 감소폭이 82.3%에 달했다.

목동 신시가지 7단지 아파트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허가구역으로 묶인 뒤 10개월간 2천550가구 단지의 매매 거래가 단 4건에 불과했다"며 "30년이 넘고 지하 주차장도 없는데 실입주를 하라고 하니 극심한 거래 침체를 겪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침상 잔금 납부일이 3개월 내로 제한되면서 매수자들이 부담스러워 거래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아파트값이 20억∼30억원을 넘어가는데 대출도 막히다 보니 실입주자가 3개월 내에 고액의 잔금을 마련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며 "잔금 일자를 맞추지 못해 매수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더욱이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으로 임대차 계약이 4년으로 늘어나면서 매도가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많다. 집을 팔고 싶어도 갱신권이 남은 경우 매수자가 직접 입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가는 거래가 더 어렵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이 10년인데 실입주를 해야 허가가 나다 보니 상가를 팔려면 임차인을 내보내야 거래가 가능한 상황이다.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대로변 구분상가 건물에 학원·병원 등 허가 대상의 상가를 보유한 임대인이 경제적인 문제로 상가를 팔고 싶어도 10년 임대차보호법에 걸려 못 파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임차인이 전출 동의서를 써주지 않는 이상 팔 수가 없는데 동의서를 받기가 매우 힘들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 지역은 이번에 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되면 종전보다 허가 기준이 강화돼 소형 연립·다세대 등 틈새 거래조차 모두 막힐 전망이다.

국토부는 최근 부동산거래신고법 등을 개정해 토지거래허가구역내 허가 대상 면적을 주거지역은 종전 대지면적 18㎡에서 6㎡로, 상업지역은 20㎡에서 15㎡ 등으로 강화했다.

허가제의 사각지대로 꼽힌 도심의 소형 연립·빌라·다세대·구분상가 등의 투자수요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잠실 리센츠 전용면적 27㎡는 그간 대지면적이 13㎡로 허가 대상에서 제외돼 전세를 낀 투자가 가능했지만 6월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되면 이후부터 실입주자 외에는 거래가 불가능해진다.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소형 연립은 노후 대비 등을 위한 임대용 구매가 대부분이지 실입주를 하려고 매수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허가구역이 연장되면 이들 빌라·연립 거래도 사실상 올스톱되면서 집주인들이 집을 팔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
[연합뉴스 제공]

▲조합원 지위양도 시점 단축은 재산권 침해 논란도

이들 토지거래허가구역내 재건축·재개발 추진 단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외에 또 다른 규제가 대기 중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재건축·재개발 구역내 투자 수요 유입을 막기 위해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시점을 재건축은 현재 조합설립인가에서 안전진단 통과 이후부터, 재개발구역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로 각각 앞당기는 방안에 합의하고 현재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지난해 이런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허가구역내 주민들은 이 법안까지 시행될 경우 과도한 이중규제가 된다며 벌써부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과 재개발 구역지정이 되는 순간부터 해당 주택을 매수한 사람은 조합원 자격이 없는 '물딱지'를 사는 것이 돼 집을 팔 수 없기 때문이다.

강남구 은마아파트는 2010년 3월 안전진단 통과 후 12년 동안 여전히 추진위 설립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부가 안전진단 통과나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설립 이후 2년간 사업이 다음 단계로 진척되지 못한 경우는 지위 양도를 허용하는 예외 사유를 두기로 했지만, 소유자들의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가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가뜩이나 허가구역에 묶여 거래가 안 되는데 안전진단 통과 단지라고 졸지에 물딱지가 되고 집을 못 팔게 하는 것은 과도한 이중규제라는 불만이 많다"고 지적했다.

현재 안전진단을 추진하고 있는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일대도 안전진단을 추진하고 있지만 통과 이후에는 완전히 거래가 막힐까 봐 우려하고 있다.

J&K도시정비 백준 대표는 "안전진단은 단순히 재건축의 첫 단추를 끼우는 수준에 불과하고 조합설립인가 전까지 사업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크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투기 억제 수단이 있는데 조합원 지위 양도까지 금지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