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불안한 봄 전세 시장…전국 전세가율·보증사고 '쑥'

최근 금융기관이 전세자금대출을 재개하며 전세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전세가율은 높아지고 보증 사고도 증가하는 등 전세시장이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19일 KB국민은행 월간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지난해 12월 65.9%에서 올해 1월 66.0%, 2월 66.1%, 3월 66.2%로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집값이 고점이라는 인식의 확산과 함께 강력한 대출 규제 기조로 매매·전세 시장의 가격 상승 폭이 함께 둔화했는데 올해 들어 전셋값 상승률이 매매가 상승률보다 높아지면서 전세가율이 반등한 것이다.

올해 1∼3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32%, 0.16%, 0.10%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셋값 상승률은 0.33%, 0.20%, 0.14%로, 3개월 연속 매매가 상승률보다 높았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75.6%에서 2020년 8월 68.2%로 3년 3개월간 하락세를 나타냈다.

2020년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여파로 전셋값이 급등하며 전세가율은 같은 해 9∼11월에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 이내 다시 하락세를 타며 작년 12월(65.9%)에는 2013년 10월(65.9%) 이후 8년여 만에 65%대로 떨어졌다.

그만큼 현 정부 들어 전셋값보다는 매매가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아파트
[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이제는 매매가가 전셋값만큼의 상승률이 나오지 않아 차이가 줄어들면서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보다 더 높은 '깡통전세'도 속출하고 있다.

경남 김해시 삼문동의 A아파트(전용면적 47.382㎡)는 지난달 11층이 1억900만원에 매매 계약을 맺어 같은 달·층의 전세 계약 금액인 1억2000만원보다 낮았다.

전북 전주덕진구 송천동2가의 B아파트 전용 59.99㎡는 이달 3일 1억6000만원(4층)에 직거래 매매돼 같은 달 5일 전세 계약액 1억8000만원(5층)보다 싼 가격에 팔렸다.

이처럼 전셋값이 매매가를 넘는 경우에는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없어 전세 사기 피해에 노출될 위험도 커지고 있다.

실제 전세금반환보증보험 사고액도 올해 들어 급증했다.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은 집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 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보증 기관이 가입자(세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지급(대위변제)해준 뒤 추후 구상권을 행사해 집주인에게 청구하는 상품이다.

공공 보증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민간 보증기관인 SGI서울보증 등이 관련 상품을 취급한다.

HUG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액수는 1391억원으로, 사고액이 연간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5790억원)의 1분기 액수 1127억원과 비교해 264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HUG의 전세금반환보증 가입액은 같은 기간 11조7873억원에서 11조5808억원으로 줄었다.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과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그만큼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은행권이 전세자금대출을 재개하면서 전세 수요가 꿈틀댈 조짐을 보이고, 2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임대차 물건의 만기가 돌아오는 8월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전세 시장 불안은 더욱 가속할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입주 물량 부족, 보유세 부담 증가, 금리 인상 등이 맞물려 봄 이사 철 전세 시장이 전반적으로 불안한 상황"이라며 "전셋값이 오르면 규제에 의해 한동안 주춤했던 매매가를 밀어 올릴 가능성도 커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