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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오른 우리은행 내부통제 시스템

▲우리은행 회현동 본사<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
▲우리은행 회현동 본사<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

우리은행 본점에서 614억원이라는 금액의 대형 횡령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해당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해 주는 일이라 우려가 제기된다.

우리은행에 10년 넘게 재직하던 해당 직원은 기업개선부에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세 차례에 걸쳐 614억원을 인출해 간 사실이 파악됐다. 지난달 28일 우리은행 내부 감사를 통해 이것에 대해 확인됐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횡령금은 옛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려던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으로부터 몰수한 계약금(578억원)이 대부분인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직원은 지난달 27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와 자수했다. 이 직원은 현재 구속됐다. 구속된 전모 차장은 세 차례나 은행 내부 문서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173억원, 2015년 148억원을 수표로 빼갔다. 이때 담당 부장에게 부동산신탁 전문 회사에 해당 돈을 맡겨두겠다고 속이며 가짜 문서를 통해 결제를 받았다. 2018년에도 293억원을 빼냈고 계좌를 아예 해지해버렸다. 이때에도 자산관리공사가 해당 돈을 맡아 관리하기로 했다는 가짜 문서를 작성해 결재 받았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정말 이 돈을 자산관리공사가 맡기로 했는지 확인도 하지 않았다.

​이같은 일이 자금 관련 통제가 엄격해야 할 제1금융권 은행에서 발생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대중은 은행 지점도 아닌 본점에서 6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과거 은행 금전사고라는 게 수십억원 정도였기 때문에 600억원대라는 횡령 액수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작년 완전 민영화를 이룬 우리금융은 이번 횡령 사건으로 장애물을 마주하게 됐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도 ESG 경영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은행들은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와 닿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은행 이번 사건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기업 매각 시 회계 담당 등의 부서들이 서로 확인을 하게 되는데 이같은 사고의 발생은 조직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도 해당 사건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경위 파악을 위해 수시 검사에 들어갔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사무처장은 3일 재경일보와의 통화에서 "금융은 돈을 움직이는 것이고 통제가 되야 하는데 우리은행 직원 횡령 사건은 이것이 깨졌다. 10년간 세 차례나 돈이 움직였는데 체크가 안 됐다"며 "자금 세탁 방지를 하는 금융정보원도 빠져나갔다. 회계법인도 정밀하게 분석했던 게 아닌거 같고 그냥 넘어간거 같다. 횡령 직원이 업무에 능통했던거 같고 상당한 신임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책임 라인에서 이 직원을 너무 믿고 맡긴거 같다. 위 상관들의 업무 태만이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 사무처장은 "내부통제 시스템에 맹점이 있었다. 금감원도 사고가 터진 이후 뒷수습을 하고 있는 거다.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예방 차원에서 감사를 해야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 감사를 은행 자율에 맡긴다고 하는데 은행의 자율에 맡기는 만큼 사고 예방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고 이것이 감독원의 역할"이라며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는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자율에 맡기려고 하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회계 문제는 물샐 틈 없이 촘촘히 내부통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은행의 새 상품이 나올 때 감독원에서 들여다 볼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놔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