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는 내년 1월부터 식품 등에 표시하는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을 영업자 중심의 유통기한(Sell-by date)에서 소비자 중심의 소비기한(Use-by date)으로 바꿔 표기하도록 했다.
유통기한은 통상 품질안전 한계기간의 60∼70%로, 소비기한은 80∼90%로 설정된다.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바뀌면서 표기되는 기간이 길어지는 셈이다.
유통기한이 섭취가능 기한으로 인식돼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섭취해도 될지에 대한 혼란이 있고, 이에 따라 불필요하게 폐기되는 식품도 많다는 점이 고려됐다.
또 유럽·미국·일본·호주 등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소비기한을 사용하는 국제적 추세도 반영했다.
하지만, 보관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식품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는 소비기한 표기제 시행 후에도 한동안은 기간 표시에 기존 '유통기한'의 기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대표 식품 제조기업인 CJ제일제당조차 내년 제도 시행 때는 현재 사용 중인 '유통기한'의 기간은 그대로 두고 명칭만 '소비기한'으로 바꿀 예정이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섣불리 소비기한을 표기했다가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는 것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이 돼 식료품 폐기를 줄인다는 정부의 목표와 달리 오히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이 소비기한이 지난 것으로 인식돼 식료품 폐기는 당분간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식약처는 이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4년간 200개 품목에 대한 '권장소비기한'을 설정, 공개할 계획이다. 올해는 50개 품목에 대한 권장소비기한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권오상 식약처 식품안전정책국장은 "제도는 내년에 시행되지만 완전히 정착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소비기한 표기는 업체의 자율책임·부담이지만 정부도 권장소비기한 설정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