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피격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 대한 '애도의 시간'을 끝내자마자 '아베 효과'에 대한 본격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일본 내 동정 여론이 그의 숙원이었던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화'에 동력을 공급함으로써 일본의 재무장과 군비 강화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예상과 함께, 중국도 군사력 강화로 맞서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한 다음날인 9일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개인 명의 조전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보내 중일관계 발전에 고인이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양국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을 전했다.
그러나 10일 아베 피격 사망의 여파 속에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세력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미국발로 일본의 재무장 지지 목소리가 나오자 서둘러 견제 모드를 가동하는 모습이다.
지난 11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역사적 원인으로 일본의 개헌 문제는 국제사회와 아시아 이웃 국가들로부터 고도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역사의 교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라고 말한 데 이어 관영 매체들은 연일 아베 전 총리의 생전 행보를 비판하고 있다.
관영 매체 보도와 관변 언론인의 글에서는 일본 우익의 '아이콘'으로서 개헌을 통한 일본의 재무장론을 선두에서 이끌었던 아베의 급작스러운 사망이 평화헌법 개정과 일본의 군비 강화를 재촉하는 결과로 연결될 가능성을 견제하는 중국 정부의 시각이 엿보인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13일 아베 전 총리가 2018년 중국을 방문해 양국관계의 해빙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지만 그러한 접근도 일본을 '보통국가'(정식 군대 및 개전권을 보유한 나라)로 만들기 위한 야심에 기인한 것이라는 자국 전문가들의 평가를 전했다.
또 아베 전 총리가 생전 태평양 전쟁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사실, 총리에서 물러난 뒤 독립 성향의 대만 민진당 정권을 적극 지지한 일 등을 거론하며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신문은 일본 국민 과반이 개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난 최근 일본 신문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많은 관찰자는 일본이 '제약(평화헌법 등)'을 깨고 재무장을 이루려는 아베의 소원을 실현함으로써 지역 평화에 불확실성을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썼다.
유력 관변 언론인은 미국이 일본의 군대 합법화를 지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워싱턴포스트(WP) 사설을 소개하며 중국이 국방력 증대를 통해 미국과 일본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13일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내 직감은 중국과 한국이 어떻게 반대해도 미국이 물길을 터 준 이상 자민당이 결국 개헌을 할 것이고, 일본은 군대 보유를 합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일단 개헌에 성공하면 일본의 군사력 증강은 둑 터지듯 이뤄질 것이고 대만 문제에서도 더욱 기세등등할 것이기에 중국이 직면할 도전은 커질 것"이라며 "우리의 군사력을 대폭 증강해 일본의 군비 확장을 무력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중국의 전략 핵무기 역량을 더 높여 대미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