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가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가 석유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은 가운데 유가 급등에 따른 수요 감소로 석유 공급 위기가 완화되는 조짐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IEA는 이날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석유 소비가 주춤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IEA는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기준금리 인상으로 세계 경제 성장이 약화해 석유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라고 짚었다.
이에 따라 IEA는 올해 석유 수요 전망치를 종전보다 하루 24만 배럴(bpd) 적은 하루 9천920만 배럴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예상치도 1억130만bpd로 28만bpd 낮췄다.
실제로 한때 배럴당 120달러 이상으로 뛰어올랐던 국제 유가는 지난 한 달 동안 급락했다.
이날 국제 유가 지표인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6.30달러, 브렌트유는 99.57달러로 둘 다 100달러 이하로 마감했다.
공급 측면의 상황도 나쁘지 않다.
IEA는 미국과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의 원유 수출에 차질이 발생했으나, 미국과 캐나다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외 산유국이 증산에 나섰고 중국과 인도 등이 러시아산 원유를 대거 사들여 러시아의 공급량이 큰 폭으로 줄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럽연합(EU) 등이 러시아산 원유를 보이콧하고 있지만, 이를 중국과 인도 등이 할인가로 대거 사들이고 있다.
OPEC 회원국들도 자국이 할 수 있는 최대량의 석유 생산에 나서고 있다고 IEA는 분석했다.
이에 따라 IEA는 올해 석유 공급 전망치를 종전보다 30만bpd 높은 1억10만bpd로 상향 조정했다. 러시아 원유 생산량 예상치도 1천60만bpd로 24만bpd 높였다.
6월 세계 석유 공급량은 9천950만bpd로 이전보다 69만bpd 증가했는데, 이는 주로 러시아가 예상보다 많은 양을 생산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경우 제재로 6월 석유 수출량이 작년 8월 이후 최소 수준이었으나, 고유가에 힘입어 석유 수출 수입은 204억달러(약 26조8천억원)로 작년 평균보다 40% 늘었다.
앞서 지난 12일 OPEC도 올해 석유 수요 증가분 전망치를 당초 340만bpd에서 270만bpd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