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이 4개월 만에 대화에 나섰으나 대만 문제를 놓고 불꽃 튀는 설전만 벌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모두 5번에 걸친 만남이 이뤄졌지만 번번이 갈등만 노출하며 대만 문제 등 현안을 놓고 파열음만 터져나오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8일(현지시간) 미 동부시간 기준 오전 8시33분부터 10시50분까지 2시간 17분간 전화 통화를 나눴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검토를 놓고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통화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러의 긴밀한 관계를 놓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의혹도 짙어진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고도의 '대(對) 중국 견제'가 계속돼 온 만큼, 특별한 계기 없이 성사된 이번 통화에서 두 정상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갈등 관계에 전기를 마련할 것이란 기대는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 백악관은 사후 보도자료를 통해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현 상태를 일방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나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려는 것에 강하게 반대한다"며 "미국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양안 관계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 대만, 미중 패권 다툼 중심, '하나의 중국' 놓고 동상이몽
대만 문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을 다투는 미중 갈등이 상징적으로 응축된 사안이다.
특히 미중 모두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의 자체가 동상이몽 수준이다.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은 말 그대로 대만에 대한 중국 영토 통합을 의미다. 이를 위한 무력 통합 가능성까지 빈번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 정부가 내세우는 '하나의 중국'은 대만 관계법에 근거한 것이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는 단교할 때 대만관계법을 제정, 비공식적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미국이 대만에 자기방어 수단을 제공할 근거를 두면서 전략적 모호성에 기반한 전략으로 중국의 군사행동을 억지해 왔다.
사실상 대만의 존립 기반을 남겨두는 취지에서 '하나의 중국'인 셈이다.
▲시 주석, 대만 문제 강경방침 되풀이 '불장난하면 반드시 불타 죽는다'
시 주석 역시 통화에서 "우리는 대만 독립과 분열, 외부 세력의 간섭을 결연히 반대하며 어떤 형태의 대만 독립세력에게든 어떤 형태의 공간도 남기지 않을 것"이라며 대만 문제에 있어 강경 방침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솔직하고 진지한 대화였다는 공식 평가를 내놓았지만,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앞두고 시 주석이 '불장난'이라는 거센 표현까지 동원해 경고하며 통화 자체는 사실상 최악의 험악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민심은 저버릴 수 없으며, 불장난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며 '미국 측이 이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공개했다.
두 정상은 지난해 11월 첫 영상회담 당시에도 대만 문제를 놓고 격돌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대만 해협에 걸쳐 현상을 변경하거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일방적 해동을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시 주석은 이에 "미국 일부 인사는 의도적으로 '대만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대만 해협 정세에 새로운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며 "이런 추세는 불장난을 하는 것이며,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 불에 타 죽는다"며 당시에도 '불장난' 단어를 사용했다.
▲인권, 우크라이나 사태에 이견만 재확인
대만 문제를 제외하고도 양 정상은 중국의 인권 상황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사태 등 현안 전반을 놓고도 사실상 이견만 재확인했다.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 시절 내려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통화에서 진전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 고위 당국자는 "관세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국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우려를 제시했지만, 잠재적인 조치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