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군사적 조치까지 예고한 중국의 강경한 대응에도 2일 밤 대만 땅을 전격적으로 밟았다.
미중 갈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중국이 왜 강하게 반대하는 것일까.
CNN 방송, 뉴욕타임스(NYT), AP통신 기사 등을 바탕으로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 배경과 양국 반응, 군사 충돌 가능성 등을 정리했다.
▲ 펠로시 의장이 대만 간 이유?
낸시 펠로시 의장은 1987년 캘리포니아주에 출마해 연방 하원의원에 처음 당선됐다.
그는 오래전부터 중국이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중국을 향한 강경 기조를 이어왔다.
30여년 전인 1991년 베이징 톈안먼을 방문해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죽어간 이들에게'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추모 성명을 낭독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유치도 반대했다.
2019년에는 홍콩에서 벌어진 대규모 집회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이 보기에 대만은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는 민주주의 국가다. 그가 의정 활동을 하면서 중국의 인권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온 만큼, 대만은 민주주의의 상징성이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려는 미국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가는 중국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전략적 요소도 대만행의 고집했을 것으로 보인다.
▲ 중국 왜 민감한 반응 보일까?
시진핑 국가주석은 자신의 3연임을 결정할 제20차 당 대회(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있다. 올가을 열리는 당 대회에서 연임이 확정되면 지금까지의 '10년 집권'을 넘어서는 장기 집권 길에 들어선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도시를 봉쇄하는 등 초강경 조치를 시행한 시 주석은 성장률이 하락세로 돌아선 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강력한 국가주의를 추진해 왔다.
시 주석은 이전 중국 지도자들과 비교해 대만 통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일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대만에 미국 하원의장이 자국 동의 없이 방문하는 것은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대만을 보는 시각은 어떻게 다른가?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언급한 '하나의 중국'은 중국을 유일한 합법 정부로 보고,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보는 견해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대만과 단교한 상태다. 중국에 대만은 자국 영토의 일부다.
하지만 미국은 대만을 지정학적으로 중국의 팽창을 막을 중요한 교두보로 보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미국이 의존하는 반도체 강국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미국은 대만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다.
표면적으로는 '하나의 중국'에 찬성하지만, 안보·경제 여건상 대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도가 담긴 전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 개입을 할 수 있다면서 대만의 무력 점령을 반대한다고 거듭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