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간의 긴장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펠로시 의장이 이틀간의 일정을 소화하고 대만을 떠났지만, 중국은 대만을 향한 무력 시위 수위를 끌어올리며 보복에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도 '하나의 중국'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며 중국이 이번 일을 핑계 삼아 의도적으로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패권 다툼에서 시작된 미중 간의 갈등이 잠재됐던 지역 안보를 둘러싼 위태로운 대결 양상으로 급격히 번지면서 제2의 냉전을 가져다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더불어 전 세계 평화와 안보에 경고등이 켜졌다.
▲美中 대만해협 긴장고조, 중국 대만에 정치·경제 보복
중국은 2일 밤부터 대만 주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에 착수한 데 이어 4일 12시부터 사흘간 대만을 둘러싼 형태로 설정한 6개 구역에서 실사격 훈련을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만 통일 군사 작전 시나리오를 시행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체류하던 3일 J-11 전투기 등 군용기 27대를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켜 대만을 압박했다.
대만해협 중간선은 1955년 미국 공군 장군인 벤저민 데이비스가 중화인민공화국과 대만 간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일방적으로 선언한 경계선이다. 중국 전투기가 이 선을 넘으면 불과 수 분 만에 대만 땅에 닿을 수 있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의 이러한 무력 시위를 '주권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중국은 무력 시위에 그치지 않고 경제 보복 조치에도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3일부터 건축자재용 등으로 쓰이는 천연 모래의 대만 수출을,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 역시 같은 날부터 대만산 감귤류 과일, 냉장 갈치, 냉동 전갱이의 수입을 각각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 백악관 "중국, 펠로시 의장 방문을 군사행동 늘리는 구실로 삼아"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계속되는 지원 등 다양한 우선순위를 논의했다"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하지만 대만이 속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언급한 점에 비춰 중국의 위협에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의 오랜 정책과 일치하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위기로 전환할 이유가 없다"면서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공격적인 군사행동을 늘리려는 구실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은 위기를 추구하지도, 원하지도 않는다"며 상황악화를 경계했다.
이런 가운데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당사자인 펠로시 의장은 대만을 떠나면서 "중국은 대만의 국제회의 참여를 차단할 순 있지만, 세계 지도자나 사람들의 대만 방문을 막을 수 없다"는 성명을 내는 등 중국의 반발을 일축했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도 공동성명을 내고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구실로 대만해협에서 공격적 군사 활동을 벌이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中 '대만포위' 훈련에 한국의 대만 수출 차질빚나
중국의 대만 주변 해·공역에서 군사훈련을 예고함에 따라 한국의 대만 수출이 차질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4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와 대만의 무역(수출액+수입액) 규모는 282억8900만달러(약 37조원)로 지난해 동기(220억6100만달러)보다 28.2% 늘었다.
수출은 144억900만달러로 31.5% 늘었고 수입은 138억8천만달러로 25.0%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5억2천900만달러 흑자를 보였다.
수출업계는 이번 중국의 군사훈련을 계기로 수출에 타격은 없을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아직은 이번 사태로 애로 사항이 접수되거나 연락이 들어온 것은 없다"며 "중국이 군사훈련 시기를 4~7일로 정해놓고 있어 물류에 큰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무력 시위 기간이 길어지거나 미중 양국의 긴장 관계가 더 고조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