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16일 개막하는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연장과 그에 따른 중국 정치의 변화 측면에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공산당 일당 체제의 중국에서 5년마다 열리는 당 대회는 향후 5년간 중국을 이끌어 갈 지도부 인선을 결정하고, 정치·경제·외교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최대 정치 행사다.
대다수 관측통은 이변이 없는 한 이번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이 당 총서기직에 유임됨으로써 최소 5년간 집권을 연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2012년 제18차 당 대회에서 총서기가 된 시 주석은 2017년 제19차 당 대회에서 유임됐고, 이번 당 대회에서 집권 3기를 열게 될 전망이다.
당 대회 개최 일정을 확정한 30일의 공산당 중앙 정치국 회의 결과 보도문은 이 같은 예상에 힘을 실었다.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시진핑 사상) 전면적 관철', '공동부유의 내실 있는 추진', '인류운명공동체 건설 추동',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 전면 추진' 등 시 주석이 지난 10년간 강조해온 국정 어젠다와 슬로건이 보도문에 대거 포함됐다.
또한 보도문은 '신시대 이래의 중대한 성취와 귀한 경험'을 총결산하는 것을 당 대회 의제의 하나로 거론했는데, 여기서 '신시대'는 2012년 시 주석이 집권한 이후 시기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홍콩 신문 명보가 31일 보도했다.
이미 2018년 헌법 개정으로 국가주석 3기 연임(매 임기 5년씩 15년) 금지 규정을 없앰으로써 시 주석 집권 연장의 법적 장애물은 사라졌다.
또 작년 11월 채택된 제3차 역사결의(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중국공산당 중앙의 결의)를 통해 시 주석 집권 연장에 대한 사상 측면의 사전 정지작업도 마친 상태다.
시 주석의 집권 연장은 단순히 전임 후진타오 전 주석의 집권 기간(10년)을 넘어서는 '초장기 집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미 시 주석 집권 10년 동안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 사후 정착해 내려온 집단지도 체제의 전통은 약화했고 대신 시 주석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강화됐는데, 이런 '집중통일영도' 경향이 더 공고해질 것이라는 뜻이다.
물론 이런 흐름이 마오쩌둥 시대의 '무소불위 1인 통치'로 회귀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최고 지도부인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총서기 목소리가 더 강화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하지만 정치국 상무위원회 구성원들의 협의에 따른 의사결정, 파벌 간 견제·균형, 차차기 지도자를 미리 발탁해 둠으로써 정치투쟁의 여지를 줄인 것 등 집단지도 체제를 구성해온 요소들이 시 주석 집권 10년간 점차 약화했다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덩샤오핑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면서 문화대혁명(문혁·1966∼1976)과 같은 마오 1인 독재의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한 집단지도의 핵심 요소들이 시 주석의 집권 연장과 함께 더욱 빠르게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인대 폐막식 입장하는 시진핑 [베이징=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인대 폐막식 입장하는 시진핑 [베이징=연합뉴스 자료사진]](http://images.jkn.co.kr/data/images/full/963368/image.jpg?w=560)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31일 "과거 중국의 영도 체제는 다수결을 의미하는 민주집중제와 집단 지도체제를 두 축으로 했는데, 지금은 그 표현들이 사실상 사라졌다"며 "그것을 '집중통일영도'가 대체했는데, 결국 무엇으로의 집중과 통일이냐만 남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시 주석의 집권 연장이 결정되면 덩샤오핑 시대의 유산으로 남아있던 정치 제도들이 소멸되고, 새로운 지도 체제와 의사결정 및 권력 운용 방식이 공식화하는 무대가 될 수 있다"고 20차 당 대회를 전망했다.
결국 1인 체제 가속화는 더욱 신속하고 과단성 있는 정책 추진과 정책 착오를 막는 견제 장치의 약화를 동시에 의미하는 '양날의 검'이 될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아울러 시 주석의 집권 연장은 치열한 미·중 전략경쟁 구도가 유지 또는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덩샤오핑 이래의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숨긴 채 실력을 키움) 기조를 접고, '대국굴기', '중국몽'.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강조해온 시 주석의 대외 기조가 집권 3기에도 계속될 것이며, 이는 미중 신냉전의 심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다.
특히 시 주석이 집권 연장의 정당성을 입증하려는 업적 만들기 차원에서 대만 통일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경우 미·중 갈등은 본격적 군사적 대치로 비화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