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로 폐기된 러시아-독일 연결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대신 중국으로의 가스 수출 확대를 위한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타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에서 에너지 문제를 담당하는 알렉산드르 노박 부총리는 15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중국과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에 대한 최종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러시아에 중국 시장은 아주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시베리아의 힘-2는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과 중국 동북 지역을 연결하는 기존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의 수송량을 확대하기 위해 러시아가 추진 중인 새로운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다.
러시아는 수년 전 중국 측에 이 가스관 건설을 제안했고, 현재 시베리아 지역 가스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 서부 신장웨이우얼 지역으로 이어지는 노선이 검토되고 있다.
예상 가스관 용량은 연 500억㎥로, 러시아는 2024년부터 건설을 시작하길 희망하고 있다.
노박 부총리는 이날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이 독일과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 확대를 위해 건설됐던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견해도 밝혔다.
러시아는 유럽으로 가스 공급을 늘리기 위해 자국 북서부 지역에서 발트해 해저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을 지난해 9월 완공했다.
하지만 올라프 숄츠 총리의 독일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제재의 일환으로 가동 승인을 거부하면서 가스관이 폐기된 상태다.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는 정치·경제·안보 협의체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우즈베키스탄을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5일 현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 등과 별도의 3자 회담을 열고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건설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이 차질을 빚자 그 대안으로 중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의 공급 확대에 진력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시베리아 '차얀다 가스전'에서 중국으로 이어지는 길이 2천㎞ 이상의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을 건설해 2019년 12월부터 천연가스를 공급해 오고 있다.
연 380억㎥ 용량의 이 가스관을 통한 중국으로의 가스 공급량은 2020년 41억㎥ 수준에 머물렀으나 올해는 200억㎥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러·중 양국은 지난 2월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맞춰 극동 사할린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연 100억㎥만큼 중국 동북 지역으로 공급하기 위한 새로운 계약도 체결했다.
러시아는 이밖에 시베리아 북부 야말반도에서 생산한 액화천연가스(LNG)를 중국에 공급하고 있고, '북극 LNG-2' 프로젝트에 따라 야말 인근 기단반도에서 생산될 LNG도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국이 이미 다른 생산국들로부터 상당한 양의 가스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라 시베리아의 힘-2 프로젝트에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카타르, 미국 등과 연 4천200만t의 LNG를 수입하기 위한 장기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또 중앙아시아 투르크메니스탄 가스를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경유하는 가스관을 통해 연 250억㎥씩 도입하는 사업에 대해서도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