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24일 0시를 기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6월 8일간의 총파업 이후 5개월 만이다.
이번에는 정부가 "불법 행위에 관용 없이 엄정 대응하겠다"며 지난 총파업 때보다 강경한 입장을 보여 '강 대 강' 대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10시 전국 16개 지역본부별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수도권 물류 거점인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를 포함해 부산 신항, 전남 광양항, 충남 현대제철 등의 출입구를 막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화물연대는 2만2천명 이상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추산했다.
화물연대는 ▲ 안전운임제를 영구화하고 ▲ 적용 차종과 품목을 기존 컨테이너·시멘트 외에도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등 5개 품목으로 확대하고 ▲ 안전운임제 개악안을 폐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가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할 필요가 없게끔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이를 어기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매기는 제도다. 2020년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에만 일몰제로 한시 도입돼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안전운임제 일몰이 다가오자 화물연대는 지난 6월 일몰 폐지(영구화)를 내걸어 파업에 돌입했다. 당시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적용 품목 확대를 논의하는 조건으로 8일 만에 파업을 풀었는데, 정부가 약속을 저버렸다고 주장한다.
정부·여당은 파업 예정일을 이틀 앞둔 지난 22일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을 3년 연장하겠다고 했지만 화물연대의 핵심 요구인 품목 확대는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화물연대는 이를 '반쪽짜리 가짜 연장안'이라고 규정하고 다시 파업에 들어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안전 문제가 부각되지 않은 업종까지 안전운임제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안전운임을 명목으로 임금을 올리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업 전날인 23일 양측의 물밑교섭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6월 파업 때보다도 더 강도 높은 대응 방침을 예고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불법적 운송거부나 운송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일체의 관용 없이 모든 조치를 강구하여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6월 파업 때는 시도하지 않았던 공권력 행사를 통한 강제 해산, 업무개시명령 및 불응 시 면허 취소 등의 위력행사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은 2만5천여명으로 전체 화물차 기사의 6% 정도다.
그러나 컨테이너 등의 특수 대형 화물차 기사 1만여명이 화물연대 소속이기 때문에 물류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당일 운송이 중요한 철강업계와 시멘트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자동차·건설 업계가 타격을 받고, 선박에 수출물량을 선적하는 데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부품을 최대한 확보하고, 주문받은 제품을 미리 출하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는 비상수송대책본부를 운용하며 국방부가 보유한 군 위탁 컨테이너 차량 등 관용·군용 차량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 물류 수송에 참여하는 화물 기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10t 이상 사업용 견인형 특수차와 자가용 유상운송 허가 차량의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화물연대는 화물운송 개인 차주들이 만든 단체다. 육로를 통한 화물 운송을 담당하는 이들은 대부분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직이다.
정부는 화물연대 구성원들이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이고, 화물연대는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기에 노동법이 보장하는 '파업'이 아닌 '집단운송거부'로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