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명의 희생자를 낸 이태원 참사 원인과 책임 규명에 나선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두 달여 만에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 사흘 뒤인 지난해 11월 1일 501명 규모로 출범했습니다. 이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을 관할하는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 서울경찰청, 용산소방서 소속 공무원을 상대로 74일간 수사했는데요.
수사 결과 관련 내용들 정리해 봅니다. <편집자 주>
◆ 특수본이 밝힌 이태원 참사 원인은 무엇인가
특수본은 당시 폭 3m 정도의 좁고 가파른 골목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렸다가 넘어진 것이 원인이라고 결론을 냈습니다.
발표 내용을 정리해보면, 지난해 10월29일 오후 10시15분 24초에 첫 넘어짐이 있었고, 6초 후 인파가 다시 내려오면서 두 번째 넘어짐이 발생했습니다.
첫 넘어짐 이후 15초 동안 뒤편에서 따라오던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총 4번 넘어졌습니다.
넘어진 상황을 모르는 위쪽 인파가 계속 밀려 내려오는 상황이 오후 10시25분까지 10분간 지속되면서 10m에 걸쳐 수백 명이 겹겹이 쌓이고 끼이는 압사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몇몇 사람이 고의로 앞 사람을 밀었다는 의혹이 있었는데요. 특수본은 수사 결과 사고와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사망자는 대부분 넘어짐으로 인해 깔리면서 질식으로 사망했고, 사인의 종류는 질식, 복강내출혈, 재관류증후군으로 분류됐습니다.
복강내출혈은 하복부 이하가 강하게 압박된 상태로 장시간 있었을 경우 발생합니다. 재관류증후군은 특정 신체 부위가 과도하게 눌렸을 때, 몸을 빼내 호흡이 가능하더라도 체내의 독성물질이 심장을 공격해 수일 내에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할 수 있습니다.
◆ 누군가 일부러 밀지 않았는데도 인파가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인가
네, 특수본은 '군중 유체화'가 참사 원인이라고 밝혔는데요.
사람들이 과도하게 밀집되다보니 각각 독립적 입자가 아닌 물과 같은 유체 상태가 됐다는 것입니다.
군중이 서로 가려는 힘이 계속 부딪치다가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3m 이상 떠밀려 갔고, 특히 길이 내리막이다보니 더 많이 휩쓸려 내려온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당시 오후 9시쯤부터 세계음식거리 양방향에서 인파가 밀려들었고, T자형 골목 삼거리 좌우에서 군중 유체화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발생 직전인 오후 10시13분쯤에는 T자형 내리막길로 인파가 떠밀려 내려오면서, 군중 유체화 현상이 더 뚜렷해졌습니다.
◆ 인파가 몰리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인 이태원은 30여 개국의 전통 음식을 취급하는 외국 음식점, 클럽·라운지바, 노점상 등이 즐비한 곳입니다.
매년 핼러윈 데이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데요. 특히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서 실외 마스크 착용과 일정 인원 이상 집합 금지, 식당 영업시간 제한 등 여러 방역 조치가 해제돼 어느때보다 인파가 몰렸습니다.
여기에 사고가 발생했던 해밀톤호텔 옆 골목은 이태원역 1번 출구 바로 앞에 있어, 인파가 꾸준히 유입되는 곳입니다.
특히 T자형 내리막 경사인데다 도로 폭이 평균 4m 내외로 좁습니다. 또 불법 구조물이 설치된 지점은 폭이 3.6m까지 좁아져 인파 이동이 더욱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 이번 참사 원인을 두고 사전 안전대책과 인명구조, 현장 통제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는데
특수본은 이번 참사를 '인재'로 판단했습니다.
관할 지자체와 경찰, 소방 등 법령상 재난안전 예방·대응 의무가 있는 기관들이 예방적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또 참사 이후에도 기관별로 법령과 매뉴얼에 따른 인명구조나 현장 통제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각 기관 소속 공무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의 공동정범으로 묶었습니다.
특수본은 박희영(62) 용산구청장과 이임재(54) 전 용산경찰서장 등 총 23명(구속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다만 이상민(58)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62) 서울시장, 윤희근(55) 경찰청장,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등은 재난안전법상 특정 지역의 다중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 주의의무가 없다고 보고,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