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첫 인도·태평양전략을 통해 이전 정권 때보다 동맹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와 주목된다.
20일 미국 싱크탱크 태평양포럼이 발간한 미 국제해양안보센터(CIMSEC) 데이비드 스콧 연구원의 보고서는 한국의 인태전략을 가리켜 "섬세하지만 뚜렷하게, 서울이 베이징에서 워싱턴을 향해 방향을 돌리고 있다(pivot away)"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인태전략과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전략적 모호성'에 대한 종식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는 작년 5월 한미정상회담 직후부터 7개월여간의 준비를 거쳐 12월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개한 바 있다.
보고서는 "한국의 '자유·평화·번영' 표현은 미국과 일본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이란 어구에 수렴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 인태전략이 한미일 3국 협력 강화, 한·미·호 3자 및 AP4(한국·일본·호주, 뉴질랜드) 협력 확대, 쿼드(Quad)와 협력 접점 확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파트너십 발전 등을 구체적 계획으로 꼽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한국 인태전략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반응은 매우 달랐다"며 미중 양국의 반응이 큰 온도차를 보인 것에 주목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보편적 가치'에 초점을 맞춘 것을 환영했지만, 중국 외교부는 한국이 '배타적 소그룹'에 결부되는 것을 경고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한국 인태전략에 중국과 관련해서는 단 한 문장만 포함돼 있었다며 해당 부분을 소개했다.
한국 정부가 "국제규범과 규칙에 입각해 상호 존중과 호혜를 기반으로 공동 이익을 추구하면서 보다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명시한 부분이다.
보고서는 "미래에 더 건강하고 성숙한 관계를 희망한다는 것은, 현재의 관계가 다소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향후 한중관계에서 '규범과 규칙'을 중시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보편적인 규범과 규칙에 인도되지 않는 중국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보고서는 한국이 인태전략에서 남중국해의 '항행의 자유'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한 부분에 모호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남중국해와 관련, 미국의 '항행의 자유' 훈련에 구두로 지지를 표명할 수는 있어도 해당 훈련을 (직접) 수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만해협에 해군을 전개할 가능성도 낮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과도 밀접하게 협력하는 파트너인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고려하면 중국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지정학적 사안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고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보고서는 다만 "중국의 격앙된 분위기를 감안하면 한국이 (대만에) 군사적으로 연계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면서도 "대만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을 지지하는 식으로 정치·경제적 연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2023년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행동에 대한 대응을 통해 한국이 새 인태전략에서 시사한 미묘한 기울기의 정확한 본질이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