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중국 대륙 외부에서 진행하는 상장 절차에 대한 새로운 규정이 발표됐다.
이 규정에는 중국 내 여러 정부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하는 절차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오는 3월 31일부터 시행될 최종 규정은, 미국 또는 홍콩 등의 시장에서 상장하고자 하는 기업이 중국 증권감독위원회(CSRC)에 신고를 해야 하고, 다른 관련 규제기관의 승인도 필요하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투자은행가들은 새 규정은 길고 번거로운 승인 절차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상장하기 위해서는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었으나, 이제는 중국 규제 당국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해졌다.
유니베스트 시큐리티스(Univest Securities)의 COO(Chief Operating Officer)인 구오 이(Guo Yi)는 "이제는 추가적이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므로 흥미로운 소식은 아니다"라며 "이전에는 상장을 위한 해외 구조만 걱정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보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니베스트 시큐리티스는 미국에 상장하기 위한 중국 기업을 지원하는 소규모 투자은행이다.
로이터통신은 뉴욕에서 IPO를 추진하는 중국 기업들의 러시(rush)는 불가능할 것라고 전망했다. 이 매체는 새 규제들과 더불어 중·미 간에는 스파이 풍선 의심, 무역 갈등 등 많은 이슈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새 규정에 따르면, 알리바바 그룹, 징동닷컴(JD.com) 등 해외 상장 중인 중국 기술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VIE(Variable Interest Entity)' 구조로 자본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은 외국인 투자를 감독하는 국가개발혁신위원회, 인터넷 규제 당국인 중국 인터넷 정보사무국(CAC) 및 산업 규제 당국 등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구조는 중국에서 외국 투자가 제한된 부문에서 외국인 투자를 받지 못할 때, 대리인의 이름으로 해외에 회사를 설립하고, 이 회사가 중국의 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는 형태의 구조를 말한다. 이 구조는 특히 중국의 인터넷 및 기술 회사들이 해외에서 상장하기 위해 주로 사용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에 새로 시행될 규정에는 CSRC 외에도 다른 기관들이 참여하게 되는데 이는 다른 기관들이 국가 안보나 데이터 보호 등에서 우선순위를 갖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승인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은행가들은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수십 년간 뉴욕은 끌린 중국 기업들에게 수익성이 높은 상장 장소로서 기능해 왔고, 이러한 경향은 2021년 중반까지 이어졌지만 중국 차량공유 서비스업체 디디 글로벌 상장 폐지 이후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중국 당국이 상장을 유보하도록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디디 글로벌(Didi Global)이 IPO를 계속 진행함으로써 규제적인 반동을 불러 일으켜 디디 글로벌이 미국 시장에서 상장 폐지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또한 당시 미국은 중국 기업 상장을 거의 차단시켰다. 중국이 미국 증시 감독당국인 PCAOB(Public Company Accounting Oversight Board)와 SEC(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가 중국 기업의 회계감사 자료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레피니티브 데이터에 따르면, 작년 미국에서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가치는 2.3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2021년에 기록한 129억 달러에 비해 상당한 하락이다.
디디 사건 이후 발효된 이번 새 규정은 고객 데이터가 100만 명 이상인 기업들이 외국에서 주식을 판매하려면 CAC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새 규정으로 더 많은 규제적 문제가 예상되지만 지침이 명확한 점은 2021년 중반 이후 지속된 규제적 불확실성보다 낫다는 점을 언급했다.
법률사무소 (Ashurst) 프랭크 비(Frank Bi) 파트너는 "상장 자격에 대한 비교적 명확한 지침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규제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더라도 준수할만한 추가적인 부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