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바이든 키예프 깜짝 방문...우크라이나 지원 약속 재확인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1주년을 며칠 앞둔 20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연대의 뜻을 보이기 위해 키예프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고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번 방문은 바이든 대통령의 첫 방문이자, 조지 W.부시 대통령이후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첫번째 방문으로 철저하게 비밀로 진행됐다. 에어포스원은 19일 새벽 어둠 속에서 출발했다.

WSJ는 미국 대통령의 키예프 도시 방문은 최근 몇 주간 세계 각국의 고위 공직자들이 중요하고도 위험한 상황에서 서로 대립하며, 강력한 공식 입장 표명들이 줄이어 나왔던 주간에 이루어진 극명한 외교적인 행동이었다고 분석했다.

이는 또한 80세의 노(老)대통령이 내년에 재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내 청중에게 체력적인 면모를 보이기 위한 행사였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폴란드로 이동해 다른 유럽 국가 지도자들과 함께 21일에 만나게 될 예정이다. 그는 러시아에 대항하는 서방 동맹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동시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 모스크바에서 국회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번 주 중 중국 외교부 최고 인사인 왕이는 러시아의 수도를 방문해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중국의 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중국은 러시아로 인해 국제적 제재와 압박에 직면한 러시아 동맹국을 어떻게 지원하고 협력할지 고심하고 있다.

지난 주에는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을 비롯한 미국 고위 관계자들이 왕이 외교부 장관에게 러시아에 치명적인 무기를 공급하지 않도록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마린스키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공동 발언을 하며 우크라이나의 굳건함을 강조했고,서방 국가들이 러시아군의 철수를 지원하기 위해 지출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년이 지난 지금, 키예프와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존재한다. 민주주의가 살아남았다"라고 말했다.

1년 전 많은 국제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며칠 내에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오는 24일 1주년이 된다. 러시아는 동부 지역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의 다른 중대한 움직임에 대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키예브에 대한 지속적인 원조를 위해 대중적인 지지를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그가 국내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키예프에 있을 동안 4억 6,000만 달러 규모의 미국의 32번째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 지원을 발표했다. 이 지원에는 각종 무기, 자벨린 대전차 시스템, 보병 지원 차량, 통신 장비 및 의료용품 등이 포함된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은행들에 대한 기존 제재를 회피하려는 기관들을 겨냥해 이번 주 추가 제재가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주요 은행들인 스베르방크(Sberbank), VTB은행, 가스프롬방크(Gazprombank) 등에 대한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미국의 금융시장에서의 거래가 금지돼 있다.

바이든 대통령 키예프 깜짝 방문
[ AP/연합뉴스 제공]

이전에 미국 대통령들이 비밀리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이번 방문은 지상에 미군이 주둔하지 않아 안보에 있어 고려할 것이 복잡해졌다고 WSJ는 보도했다.

이 매체는 바이든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10년간 우크라이나 저항의 상징 역할을 해온 하늘색과 황금색 건물들의 복합체인 성 미카엘 대성당 앞에서 걸어 나오자 비행기 경보음이 울렸다고 당시 상황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어 미국 국기와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젤렌스키 대통령 옆에 선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의 주권 및 영토 독립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약속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파란색과 노란색을 상징하는 얇은 줄무늬 넥타이를 착용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의 지원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전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대한 의혹을 없애기 위해 이번 방문을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이 방문이 푸틴 대통령에 대한 미국의 공개적인 도전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조율된 제재가 '러시아의 경제적 생명선을 압박하고 있으며', 러시아군은 침공 초기에 점령한 우크라이나의 절반의 영토를 잃었다고 말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약하고 서양이 분열돼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라고 덧붙했다.

미국 국가 안보 자문관 제이크 설리번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직전 몇 시간 전에 러시아 측에 방문 예고를 알렸으며, 이는 방문 중 직접적인 갈등을 피하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 당국은 이번 방문을 도발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12개월 동안 우크라이나는 미국 군사 지원에 많이 의존해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 이 나라를 방문하지 않은 몇 안 되는 서양 지도자 중 한 명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폴란드를 거쳐 우크라이나에 도착해 현지 시각으로 20일 오후 일찍 우크라이나 수도를 떠났다.

WSJ는 바이든 대통령의 키예프 방문이 한편으로는 미국 국민들이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잊지 않도록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유럽의 지원을 독려하기 위해 계획된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브쿠레슈티 나인(Bucharest Nine)로 알려진 동유럽의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 회원국 지도자들과 회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