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근로자의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 보장을 위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근로자들이 1주일에 52시간까지만 일하도록 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 일이 몰리는 주에는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하고, 이후 장기 휴가 등으로 더 많이 쉴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인데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통해 관련 내용들 정리해 봅니다. <편집자 주>
◆ 주 52시간제를 바꾸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근로시간 제도는 근로시간이 곧 성과가 되는 공장제 생산 방식을 상정하여 주 단위 상한 규제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2018년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주 52시간제를 도입했지만, 획일적이고 경직적인 주 단위 상한 규제 방식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2000년에 실노동시간이 2500시간이었습니다. 근로시간이 세계에서 제일 긴 데, 2000년 10월 23일 노사정이 실근로시간을 빠른 시일 내에 2000시간 밑으로 줄이는 특별합의문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나서 주5일제가 들어오게 됩니다.
2010년도에는 노사정이 2020년까지 1800시간대로 줄이겠다고 합의를 했습니다. 2015년 때도 합의를 했는데, 지금 현재 실노동시간은 1928시간입니다.
현재 근로시간 제도는 근로자와 기업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제약하고, 날로 다양화되고 고도화되는 노사의 수요를 담아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선택권과 건강권이 저하되는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맞지 않습니다.
산업현장의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3년 만에 급격히 주 52시간제를 도입한 결과, 많은 기업들이 위법과 적법의 아슬아슬한 경계선 위에서 소위 포괄임금이라는 임금 약정 방식을 오남용하여 장시간 근로와 공짜 야근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 상한 기조에 집중된 제도 운용으로 근로자의 보편적인 건강권과 휴식권에 대한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습니다.
이번 근로시간 제도 개편의 주안점은 노동시간제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고, 일하는 날을 줄이는 것이고, 그리고 실제로 공짜 노동 같은 이런 편법 노동을 줄이는 것입니다.
이번 개편은 크게 네 가지 원칙하에서 추진됩니다. 첫째,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둘째, 근로자 건강권 보호 강화, 셋째, 휴가 활성화를 통한 휴식권 보장, 넷째, 유연한 근무방식 확산입니다.
◆ 근로시간 선택권을 어떻게 확대하는가
현행 1주 외에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연장근로를 운영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선택지를 부여하면서, 근로자 건강권 보호와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단위 기간에 비례하여 연장근로 총량을 감축하겠습니다.
또한 근로시간 등 주요 근로조건 결정에 있어 다양한 근로자들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근로자대표를 제도화하겠습니다.
1997년 근로자대표 개념을 도입한 이래 처음으로 근로자대표의 공정한 선출 절차, 권한과 책무 등을 구체적으로 법제화합니다. 민주적 정당성과 대표성을 강화하고 노사 대등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근무 형태, 방식 등이 다른 직종·직군의 근로자들이 본인에게 맞는 근로시간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의사를 반영하는 절차도 만들겠습니다.
투명한 근로시간 기록 관리는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를 위한 필수적인 선결 과제입니다. 연장근로 총량관리,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등 다양한 근로시간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 근로자 건강권을 강화한다고 했는데
3중의 건강보호장치를 통해 근로자의 건강권을 두텁게 보호하겠습니다.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 또는 1주 64시간 상한 준수, 4주 평균 64시간 이내 근로 준수, 관리 단위에 비례한 연장근로 총량 감축을 의무화하겠습니다.
또 무한정 장시간 노동을 유발하는 소위 포괄임금 오남용을 발본색원하겠습니다.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은 기업이 근로시간을 비용으로 인식하게 합니다. 스스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게 한다는 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근로시간 단축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상 최초의 기획·감독을 시작으로 IT, 사무직에 대한 근로 감독을 강화하고 정확한 근로시간을 토대로 일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도록 근로시간 기록 관리 강화, 포괄임금 고정수당 오남용 근절을 포함한 종합 대책도 3월 중에 발표하겠습니다.
산업구조 변화로 확산되고 있는 야간근로에 대한 실효적인 보호 방안도 강구하겠습니다.
보호가 필요한 야간작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건강보호 가이드라인을 연내 보급하고 실태 파악을 위한 조사도 병행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 결과 필요한 경우 근로시간 단축, 야간근로 제한 등 사후 조치가 철저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내실화하겠습니다.
아울러 1차 산업 근로자 등 취약 근로자에 대한 근로시간 적용의 사각지대도 해소해 나가겠습니다.
◆ 휴가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지
간 연장근로와 휴가 사용이 금전 보상과 연계되면서 충분히 쉰다는 문화가 형성되지 못했는데요.
현행 보상휴가제를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로 확대 개편하여 저축한 연장근로를 임금 또는 휴가로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습니다.
기존의 연차휴가와 결합하면 안식월, 한 달 살기 등 장기휴가도 가능하게 됩니다.
이와 함께 자녀 등·하원, 병원 진료 시 시간단위 휴가, 징검다리 연휴, 단체휴가, 10일 이상의 장기휴가 사용도 활성화하겠습니다.
◆ 유연한 근무 방식이란
선택근로제는 근로자가 근로일과 근로시간을 결정하여 근로자의 시간 주권 강화에 가장 적합한 제도입니다.
이에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전 업종 1개월, 연구개발 3개월에서 각각 3개월, 6개월로 확대합니다.
아울러,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본인에 대한 선택근로 적용을 요청할 수 있는 절차도 도입하고, 체감 근로시간 단축과 일·가정 양립을 위해 재택근무 등 유연한 근무 방식을 확산하겠습니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은 낡고 불합리한 제도 관행을 개선하는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입니다. 개편안 중 입법사항은 오늘부터 입법예고를 시작합니다.
이번 정부입법안은 경제 규모 10위권인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게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의 시간 주권을 돌려주는 역사적인 진일보입니다.
근로자에게는 주 4일제, 안식월, 시차출퇴근제 등 다양한 근로시간제도를 향유하는 편익을 안겨주고 기업에게는 인력 운영의 숨통을 틔워 줄 것입니다.
선택권과 건강권, 휴식권의 조화를 통해 실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주52시간제의 현실 적합성을 제고하겠습니다.
남성 중심 전일제 근로에서 벗어나 여성·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을 촉진하고 기업의 혁신성장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 노동시간을 일에 맞춰서 유연화하고 연장근로를 휴가 보상으로 활성화하면, 그만큼 임금이 줄어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예상된다
다른 유연근로 제도는 임금 보전에 관한 확실한 장치가 없는데요.
이것은 초과근로에 관한 부분이기 때문에 대표자의 서면 합의, 당사자 동의 그리고 1.5배 할증 임금이 그대로 가기 때문에 임금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게끔 경제적 강제가 가해진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위해서는 모든 조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 같은데, 국회에서 어떻게 추진해 나갈 것인가
국회를 어떻게 통과할 것이냐, 노사가 입장이 다를 수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있는데요.
절차적, 내용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통해서 저희는 국민 여론이 이 부분에 대해서 공감하리라고 봅니다.
입법예고 기간 40일 동안 노사의 의견은 내용별로 충분히 수렴할 것입니다.
또한 저희가 이 내용을 가지고 국회와 충분히 대화하고 소통하면 공감대가 형성되리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 포괄임금 오남용이나 저축된 연차를 소진할 수 없게 하는 등의 악용이 일어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이나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근로시간 저축계좌제가 도입됐을 경우에 임금을 안 주면 체불임금으로 처벌을 받게 됩니다.
또 온라인 부조리 신고센터를 만들어놨습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신고가 300건이 들어왔는데요. 포괄임금 오남용 건에 대해서는 16건이 공짜 노동, 포괄임금 오남용에 합리적인 의심이 있어서 지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금년 들어서 임금 체불한 아주 나쁜 사용자가 있었습니다. 10명 근로자들에 대해서 임금을 떼어먹고 재산은 빼돌려서 구속 수사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요.
노동자들 일 시키고 임금 떼어먹는 부분들, 포괄임금 오남용을 막는 것이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입니다. 철저하게 감독을 한다면 줄어들 것입니다.
다만 법은 최소한의 기초이고, 법으로 모든 부분을 다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권리의식과, 사용자의 준법의식, 정부의 적극적인 감독행정 이 삼박자가 잘 어우러져야 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