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기습 공격을 감행하면서 촉발된 전쟁이 엿새째 이어지고 있는 12일(현지시간) 양측 사상자가 폭증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불사하겠다며 보복 의지를 재차 천명한 가운데, 이번 전쟁 국면에서 처음 시리아에 대한 공습에 나선 것으로 전해지면서 '화약고' 중동 전체로 확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이날 이스라엘군(IDF)은 지난 7일 하마스 목표물을 겨냥한 반격에 나선 이후 현재까지 총 4천톤(t)가량의 폭발물을 담은 폭탄 약 6천발을 가자지구에 투하했다고 밝혔다. 또 5천발이 넘는 로켓포가 가자지구에서 발사됐다고 주장했다.
교전이 날로 격화하는 가운데 이날 기준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1천300여명, 부상자는 3천200여명으로 집계됐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날 오후 2시 현재 가자지구에서만 어린이 447명과 248명의 여성을 포함해 1천417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서안지구에서 발생한 사망자 31명을 더하면 총 1천448명이다. 팔레스타인 측 전체 부상자는 6천868명으로 파악됐다.
양쪽을 합하면 사상자 규모가 1만명을 넘긴 셈이다.
이스라엘은 강도 높은 표현으로 보복 의지를 되새기고 있다.
야권 일부와 전시 연정 구성에 합의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하마스를 향해 "모두 죽은 목숨"이라고 강조했다.
IDF 대변인 리처드 헥트 중령은 아직 정치권의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도 하마스를 겨냥한 가자지구 지상 작전을 준비 중이라고 공개 언급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하면서 전날 이 지역의 유일한 발전소 가동이 중단됐으며, 음식과 식수도 곧 바닥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이스라엘은 이날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와 북부 도시 알레포의 국제공항을 공습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 이스라엘이 시리아에서 자국 영토로 다수의 박격포가 발사됐다고 밝히고서 이틀이 지난 시점이다.
과거 이스라엘군은 시리아를 지원하는 이란 혁명수비대를 견제하기 위해 종종 시리아를 공습하곤 했으나, 이번 공격은 하마스와 전쟁 와중에 가해졌다는 점에서 중동 전체로 전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을 키우고 있다.
서방은 이스라엘의 입장을 두둔하면서도 갈등 봉합을 위한 방안을 궁리하고 나섰다.
이날 이스라엘에 급파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네타냐후 총리를 면담한 뒤 "하마스의 테러 공격에 대응한 이스라엘의 방어 권리를 미국이 확고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주의 국가와 테러리스트 간 차이를 강조하면서 "민간인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예방 조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마스의 공격에 따른 민간 인명피해를 비판하는 동시에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검토 중인 이스라엘도 겨냥한 메시지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전날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하며 "전쟁법"을 따를 것을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또한 주변국들은 이번 사태에 기름을 부은 하마스의 인질 억류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재에 나서는 등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며 긴박하게 움직였다.
하마스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튀르키예 정부는 하마스가 붙잡고 있는 이스라엘인 등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에 나섰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하마스는 인질이 100여명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이스라엘 측은 군인 50명을 포함해 최소 150명이 억류 중인 것으로 추정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도 이날 전화 통화를 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를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