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발표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추가로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잠정 규정에 대한 최종 규정인 이번 조치는 ▲AI칩 규제 강화 ▲제재 우회 차단 ▲중국기업 13곳 제재 대상 추가 등으로 구성됐다.
이전 조치 때보다 낮은 사양의 인공지능(AI) 칩도 대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중국은 물론 미국의 무기 수출이 금지된 21개국 등에 대한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수출도 통제된다.
미국의 이번 추가 수출 통제는 AI 반도체 제조기업인 엔비디아가 사양을 조금 낮춰 중국에 계속 AI 칩을 공급하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수출통제 발표 후, 반도체 종목 30개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PHLX) 시가총액은 이날 약 730억달러(약 98조8000억원) 증발했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AI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는 4.7% 급락했다. 시가총액은 하루만에 72조2748억원 줄었다.
또 AMD는 1% 미만, 인텔은 1% 하락했다. 반도체기업 브로드컴에 매각 예정인 VM웨어 주가도 6% 하락했으며 브로드컴 역시 2% 가까이 떨어졌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일방적인 규제는 해외 고객이 다른 곳을 찾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미국 안보는 개선하지 못한 채 반도체 생태계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는 정부가 모든 기업에 공평한 경쟁의 장을 보장하기 위해 동맹국과의 조정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 정부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 발표가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미국의 수출 통제 강화 조치가 우리 업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첨단 AI 칩의 경우 국내 생산이 미미하고, 소비자용 칩은 통제 면제가 가능해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 장비도 이미 우리 기업들이 VEU(검증된 최종 사용자) 승인을 획득해 이번 조치로 인한 영향은 거의 없다고 평가된다"며 "미국 측 수출 통제 강화 조치를 보다 면밀히 분석하고 우리 업계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미국과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 관련 협력을 긴밀히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한미 정부 간 협의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메모리 반도체 공장은 미국 수출 통제의 예외 대상인 VEU로 최근 지정돼, 기한 없이 첨단 초미세 공정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뺀 대부분 장비를 반입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