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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10석 모두 민주당…20년 만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에서 전북 국회 의석 10석을 싹쓸이했다.

새천년민주당에서 떨어져나온 열린우리당이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전북 의석을 휩쓴 지 20년 만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정권 심판론과 새만금 스카우트 잼버리 파행으로 인한 '전북 예산 삭감'이 부각되면서 도내 민심이 민주당 후보 모두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도 16년 만에 전북을 비롯한 호남의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냈지만, 민주당의 파죽지세에 밀려 추풍낙엽처럼 맥을 추지 못했다.

민주당은 18∼20대 총선에서 무소속 및 보수정당에 의석을 내주기는 했으나 이번에 다시 한번 '전통의 강자'임을 입증했다.

이번 선거 과정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2위와 격차를 크게 벌리면서 일찌감치 압승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북 총선 후보들
▲ 더불어민주당 전북 총선 후보들이 10일 오후 전주시 도당 사무실에서 출구조사 보도를 보며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전북의 정치 시계를 돌려보면 진보 진영이 전북 의석을 마지막으로 싹쓸이했을 때는 무려 20년 전이다.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전북 11개 의석을 모두 점령했다.

당시 민심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새천년민주당에 등을 돌렸고, 새천년민주당에서 분당한 친노무현계의 열린우리당이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표심을 파고들어 선거에서 완승했다.

이후에도 전북은 여전히 민주당의 '표밭'으로 인식됐으나 민주당에 모든 선거구를 허락하지는 않았다.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은 11개 선거구 중 9개 선거구를 점했으나 무소속 이무영 후보에게 전주시 완산구갑을, 무소속 유성엽 후보에게 정읍을 내줘야 했다.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도 무소속의 유성엽 후보가 또다시 정읍을, 통합진보당의 강동원 후보가 남원·순창을 가져가는 바람에 민주통합당은 9석에 만족해야 했다.

선거구획정으로 전북 의석이 10석으로 줄어든 제20대 총선은 진보 진영에도 '새바람'이 불었던 시절이다.

민주당의 주요 인사들이 안철수 대표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갈아타면서 보수 진영을 포함한 '3당 체제'가 꾸려졌다.

지역 발전을 등한시한 민주당에 염증을 느낀 전북의 유권자들은 국민의당에 7석을 몰아줬고 더불어민주당은 겨우 2석만 챙겨갔다.

당시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는 전주시을에서 당선돼 깨질 것 같지 않던 지역주의의 벽을 허무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후 절치부심한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도에 힘입어 남원·임실·순창을 제외한 9곳에서 승리했다.

남원·임실·순창에서는 무소속 이용호 후보가 4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이강래 후보를 누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렇듯 지난한 정치의 역사를 경험한 전북의 유권자들은 20년 만에 민주당에 10석을 모두 주면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한표를 줬다는 강모(35)씨는 "물가는 무섭게 오르고 삶은 점점 시궁창으로 변하는데 정부는 문제 해결의 의지도, 대책도 없어 보인다"며 "민주당이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면서 하루빨리 우리 삶을 바꿔내는 정치를 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들뜬 마음을 애써 다잡으면서 새만금 개발 부진, 경기 침체 등 산적한 지역 현안을 챙길 채비를 하고 있다.

한병도 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 위원장은 "당선인들이 전북 현안을 챙길 수 있도록 국회 상임위를 골고루 배분하겠다"며 "늘 열심히 하고, 때로는 욕심도 내면서 기꺼이 전북 발전의 밀알이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