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지방에 이어 서울과 수도권을 강타한 집중호우의 변수는 '중규모 저기압'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수도권 등 중부지방 출근길에 '물벼락'이 떨어졌다. 이날뿐 아니라 이번 장마철에는 1시간에 30㎜ 정도 내리는 비는 집중호우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곳곳에 '극한호우'가 쏟아졌다.
전날 아침 1시간에 101.0㎜ 비가 온 경기 파주시(문산읍 운천리)에는 이날 새벽에도 1시간 동안 75.1㎜가 쏟아졌다.
파주시처럼 이날 들어 오전 8시까지 1시간에 50㎜ 이상 비가 내린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설치 지점은 무려 20곳에 달한다.
시간당 50㎜ 이상 호우가 오면 거리에 물이 차오르면서 사람의 보행과 자동차 운행이 어려워진다.
현재 장맛비는 기본적으론 남부지방까지 세력을 확장한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부는 고온다습한 남서풍과 북서쪽에서 남하하는 건조공기가 충돌하면서 남북으로 폭이 좁은 비구름대(정체전선)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극한호우를 부르는 것은 정체전선상 수시로 발달하는 '중규모 저기압'이다.
북반구 저기압에선 반시계방향으로 바람이 불어 나간다. 이에 '정체전선상 저기압'이 형성되면 북태평양고기압과 함께 남서풍을 일으켜 수증기를 추가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정체전선상 저기압 발달 시 대기 하층에는 '하층제트'가 분다. 하층제트는 고도 약 3㎞(700hPa) 이하에서 약 12.5㎧(25노트)의 빠른 속도로 불면서 따뜻한 공기를 수평으로 이동시키는 바람이다.
하층제트는 다량의 수증기와 열을 공급하기에 집중호우를 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한국을 비롯해 동아시아 여름철 집중호우 90%가 하층제트에 연관된 것으로 기상학계는 본다. 우리나라 장마 중 호우가 내렸을 때 하층제트가 불었을 확률이 88.2%에 달한다는 연구도 있다.
정체전선상 저기압이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은 매우 다양하다.
현재 정체전선상 중규모 저기압은 북쪽 건조공기와 남쪽에서 올라오는 고온다습한 공기가 남북에서 정체전선을 미는 가운데, 두 공기의 미는 힘이 불균등한 지점에서 소용돌이가 발생해 형성되고 있다.
문제는 중규모 저기압 발생을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날씨 예보는 일종의 '날씨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인 수치예보모델에 바탕을 둔다. 슈퍼컴퓨터는 수치예보모델을 돌리기 위한 하드웨어다.
지구 전체를 예측영역으로 하는 수치예보모델은 수평해상도가 10~12㎞다. 지구를 가로 10㎞, 세로 10㎞ 격자로 나눈 뒤 이 격자를 한 점으로 보고 미래의 대기 상태를 예측하는 것이다.
이에 격자에 쏙 들어가는 작은 크기로 저기압이 발달하는 경우는 수치예보모델이 예측하기 어렵다.
실제로 16일 저녁 충남권에 집중호우를 내린 저기압 등도 수치예보모델이 예상하지 못한 저기압이었다.
한반도나 동아시아 등 지역을 한정한 모델은 수평해상도가 1.5∼3㎞ 정도로 더 고해상도지만, 지구 전체 대기의 흐름을 반영하는 전 지구 모델보다 정확도가 아무래도 떨어진다.
기상청은 정체전선상 발달한 중규모 저기압에서 부는 하층제트를 맞는 지역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상황이 19일 오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수도권은 이날 오후까지, 충청은 늦은 오후까지, 강원내륙·산지는 저녁까지 시간당 30~60㎜, 최대 시간당 70㎜ 이상씩 비가 오겠다.
전북에는 늦은 오후까지 시간당 30㎜ 내외, 광주와 전남북부에는 같은 시간 시간당 20~30㎜의 호우가 내리겠다. 경북내륙도 오전과 오후 사이 시간당 20~30㎜씩 비가 올 때가 있겠다.
19일 새벽에는 호남과 경상내륙에 시간당 20~30㎜ 호우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