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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2분기 역성장에도 연간 성장률 전망 유지할까

지난 2분기 한국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할지 주목된다.

상당수 전문가는 한은이 22일 발표할 수정 경제전망에서 기존 전망치인 2.5%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을 주된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최근 국제 유가나 농산물 가격 흐름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2.6%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19일 연합뉴스가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수출 증가가 내수 부진을 상쇄하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게 전반적인 진단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올해 2.5% 성장 전망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며 "수출이 예상보다 좋고 반도체 위주로 설비 투자가 집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는 미약한 소비와 부진한 건설 투자를 상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도 "한은이 기존 전망치를 유지할 것"이라며 "수출 호조 전망이 이어지고 있고 올해 하반기 중 민간 소비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 경기가 현재로선 크게 나쁘지 않다"며 "한은이 경제 전망을 수정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제하면서도, 수출에 대한 눈높이를 다소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경제가 올해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3분기 성장률이 (2분기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에 플러스로 돌아서겠지만 0%대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상태에서 미국 경제가 하락세"라며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도 4%대에 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경제전망을 수정하는 것은 모순이 된다"며 기존 전망치 유지를 예상했다.

이어 "수출이 호조라고들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만 보기는 어렵다"며 "지난해 수출 실적이 워낙 안 좋았던 데 따른 착시 현상이 있다"고 꼬집었다.

더 나아가 전망치 하향 조정 예상도 있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민간 소비 둔화 흐름을 감안해 2.5%에서 2.4%로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이 기존 전망 경로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았다는 게 통상의 시각이다. 그런 점에서 대부분 전문가가 한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2.6%) 유지를 점쳤다.

이창용 한은총재
[연합뉴스 제공]

박 이코노미스트는 "유가는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상방 리스크가 있으나, 글로벌 수요 부진에 따른 하방 리스크도 상존해 중립적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공급 측 요인이 물가의 상방 요인으로 남아있으나, 수요 부진에 따른 하방 요인이 더 크기 때문에 물가가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 연구위원도 "기존 전망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다만 "올해 여름이 너무 더워 작황이 부진했던 만큼 추석 물가 등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세도 안심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전문가도 일부 있었다. 그만큼 기준금리 인하 조건이 무르익었다는 의견으로 이해된다.

안예하 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한은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안재균 연구위원도 "한은이 0.1%포인트(p)를 낮춰 2.5%를 제시할 것"이라며 "유가 안정과 환율 하락 등의 기대 요인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한은은 이번에 연간 경상수지 전망치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은은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경상수지가 6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미 상반기 잠정 377억3천만달러로 기존 상반기 전망치(279억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상황이다.

주 경제연구실장은 "700억달러 가까이 상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