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이후 가계대출이 급증함에 따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분기 이후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아울러 한은은 가계대출 바탕의 집값 상승이 금융·경기의 변동성을 키우고 소비를 제약하는 만큼, 향후 기준 금리 인하 결정 과정에서 중요 변수로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의 지나친 인하 기대에 대한 '관리' 필요성도 언급했다.
한은은 12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운용 방향에 대해 "물가의 목표 수준 수렴 확신이 강해지고 환율도 레벨(수준)이 한 단계 하향 조정되고 있다"며 "향후 금리 인하의 시기·속도를 결정하는 데 성장 흐름, 기준금리 조정에 따른 금융안정 리스크(위험)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경제 성장 흐름의 경우, 더디게 회복되는 내수와 성장에 기준금리 조정의 파급 시차를 감안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 관련 불안도 변수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주택가격 상승에 연계된 가계부채 비율이 이미 금융 부문을 위협하고 성장을 제약하는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우려됐다.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이 과열 조짐을 나타내고 있고 이에 영향받아 가계대출도 증가세가 확대되었다.
이 같은 확장세가 장기간 지속될지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가계부채비율이 이미 소비와 성장을 제약하는 수준으로 높아져 있고 펀더멘털과 괴리된 주택가격은 향후 조정 과정에서 금융·경기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은 두 목표 가운데 특히 금융 안정과 관련한 분석 내용을 '최근 주택시장·가계부채 상황 평가 및 시사점'이라는 제목으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담았다.
분석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소득, 사용 가치 등과의 괴리 폭은 다시 커지고 있다.
조정 움직임을 보였던 서울의 명목 주택가격은 2021년 고점의 90% 수준을 회복했으며 서초구 등 일부지역 아파트 가격은 전고점을 상회하고 있다.
서울의 주택시장 위험 지수는 7월 현재 1.11로 '고평가' 단계(0.5∼1.5)다. 지난해 4분기(0.50) 고평가 단계에 진입한 뒤 계속 올라 과열 단계(1.5 이상)에 근접하는 추세다.
다만 전세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다.
주택시장 위험 지수는 소득·임차 가격·전국 아파트 가격 대비 격차·GDP 대비 가계부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해당 지역의 주택가격이 적정 수준인지 평가하는 지표다.
우리나라의 GDP대비 가계부채비율을 보면 2022년 이후 완만히 낮아지고 있지만 2024년 1분기 현재 92.1%로 OECD 31개국(평균 60.1%) 중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는 주요 연구들에서 추정한 GDP대비 가계부채비율의 소비·성장 제약 임계치(80∼85%)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과거 네 차례의 주택가격 상승기(2001∼2003년·2005∼2008년·2015∼2018년·2020∼2021년)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주택거래량 큰 폭 증가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상승' 현상도 최근(2024년 5월∼) 관찰되고 있다.
과거 확장기는 대체로 주택건설 감소 등으로 공급부족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거시건전성 규제도 완화적인 상황에서 시작되었는데, 최근에도 서울 등의 신축 아파트 공급부족 및 비아파트 기피에 따른 수급불균형 우려, 금리인하 기대 등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 규제 완화 및 정책금융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3분기(99.3%)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떨어져 올해 1분기 92.1%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한 달에 5조∼6조원씩만 금융권 가계대출이 늘어도, 비율은 2분기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해 올해 4분기 92.4∼92.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적정수준의 부채는 시점 간 효율적 자원배분을 통해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임계수준을 넘어설 경우에는 소비 제약과 생산성 낮은 부문으로의 자원 배분 등을 통해 부정적 영향이 경제에 파급되게 되는데, 지난 5월 이후의 높은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에는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다시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한은은 "주택시장과 가계부채는 주택공급, 거시건전성 규제, 금리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받는 만큼 최근의 확장세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적절한 정책조합(policy mix)을 통한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추이가 금융안정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서 향후 금리인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경제주체들에게 이러한 정책 방향을 명확히 전달함으로써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가 형성되지 않도록 시장 기대를 관리해 나가야 하겠다"라고 말했다.
한은은 "거시건전성규제 등의 측면에서는 주택공급 확대와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조치의 효과를 점검하면서 필요시 추가 강화 조치를 고려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