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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컷'에 한은 10월 인하 가능성 커져…집값·가계빚 관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빅컷'과 함께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나서면서, 한국은행의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가 한은의 금리 인하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 앞서 9월∼10월 초 관련 지표들에서 집값과 가계대출 진정세가 확인돼야만 한은의 피벗도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은 9월 17∼18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에서 4.75∼5.0%로 0.5%포인트(p) 낮췄다.

더구나 이날 공개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도 5.10%에서 4.40%로 낮아졌다. 현 금리 수준(5.25∼5.50%)을 고려할 때 연말까지 0.5%p 추가 인하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빅컷'의 배경에 대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상방 위험이 줄었지만, 실업률 상방 위험은 커졌다. 노동시장이 확실히 냉각됐다"며 주로 고용 악화 상황을 근거로 들었다.

시장도 이미 예상했던 금리 인하 실행에 환호하기보다, 빅컷이 필요할 만큼 불안한 미국 고용과 경기 상황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연준의 빅컷으로 한은은 더 큰 금리 인하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이자 부담에 따른 소비 위축 등 경기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제 미국까지 빅컷으로 피벗을 시작한 만큼 '우리도 금리 인하로 경기 하강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이창용 총재
[연합뉴스 제공]

한은은 경기를 고려한 피벗 필요성에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내수의 핵심 부문인 민간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2020년 말 대비 올해 8월 말 생활물가 누적 상승률은 16.9%로 고령층이나 저소득가구 등 취약계층 구매력이 더 크게 위축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고금리 등으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도 소비 여력 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보고서에서 한은은 향후 기준금리 인하 시기·속도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요인으로도 금융안정 리스크(위험)와 함께 '성장 흐름'을 꼽았다.

2.00%p로 역대 최대였던 한국·미국 간 금리 격차가 1.50%p로 좁혀지면서 내외 금리차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외국인 자금 유출 측면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더 수월해진 것도 사실이다.

최근 들썩이는 집값과 빠르게 불어나는 가계대출 탓에 금리 인하의 양대 핵심 조건 가운데 '금융 안정'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직후 "한은의 통화정책은 금융 안정을 위한 것인데, 금융 안정의 중요 요인이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라며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경제 전체로 볼 때 부동산 가격이 소득과 비교해 너무 오르면 버블(거품)이 꺼지는 걱정뿐 아니라 자원배분 측면에서도 부동산에 대출 등으로 돈이 몰렸다가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부동산 경기를 살려야 하는, 이런 고리를 끊어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부동산발 금융 불안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도 밝혔다.

 9월 말∼10월 초까지 가계대출 관련 지표에 뚜렷한 감소세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줄곧 집값·가계대출 발(發) 금융 불안을 금리 인하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해온 한은으로서는 당장 10월 서둘러 피벗에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 총재는 10월 인하 가능성 관련 질문에 "10월에는 여러 경제 지표를 보고 판단해 결정할 것이고, 11월에 인하할 수도 있다. 어느 방향이라고 지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