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신업 과점을 막기 위해 추진했던 제4 이통사 설립 계획이 결국 좌초되면서 통신요금 경쟁과 하락 효과를 얻기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국회에서 다시 추진되는 단통법 폐지가 통과되더라도 효과가 반감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단통법 폐지와 제4 이통사 신설 무산 영향, 향후 업계 전망을 정리했다.
▲ 제4 이통사 신설 무산
정부가 거대 통신 3사를 견제하기 위해 제4 이통사로 선정했던 스테이지 엑스가 결국 지난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의해 자격 취소 수순을 밟았다.
당시 정부는 스테이지 엑스가 선정 조건에 명시된 자본금을 납입하지 않았다며 사업자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정부가 추진한 28GHz 대역 통신 주파수는 천문학적인 초기 자금이 필요했기에 수익성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는 시선도 있다.
초기 자본금 부족은 기업 선정 과정에서부터 지목됐던 문제로, 스테이지 엑스는 연 매출 440억 원의 중소기업이었으나 재무능력 평가 절차 없이 제4 이통사 후보로 선정됐다.
지난 2019년 정부는 통신 시장 진입 장벽 완화를 위해 재무능력 평가 절차를 없앴는데, 이번 스테이지 엑스 선정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향후 제도를 개선해 사업을 재추진한다고 밝혔다.
다만 초기 자본금을 마련한다 해도 수익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28GHz 대역 통신망은 속도가 빠른 대신 통신 범위가 좁아 중계기를 더욱 촘촘하게 설치해야 하는데, 설치 비용을 보전할 정도의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에는 국내 통신 시장이 과포화됐다는 시각이다.
제4 이통사 후보 선정 당시 스테이지 엑스는 기존 통신사 설비를 빌려 쓰는 방식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제4 이통사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 단통법 폐지 재시동, 효과는?
한편 최근 국회에서는 통신 보조금 경쟁을 저하하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일명 ‘단통법’을 폐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단통법은 지점별 보조금 차이를 줄이고 투명한 경쟁을 위해 지난 2015년 시행된 제도이지만, 공시지원금 상한을 단말기 가격의 15%로 제한하면서 오히려 소비자 권익을 침해했다는 시선을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제4 이통사 출범이 무산되면서 단통법 폐지가 실현되더라도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약 10년 가까이 경쟁이 없는 환경으로 인해 이통 3사의 기업문화가 변화해 규제가 해제되더라도 적극적인 경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다.
또 최근 이통 3사의 주요 사업 전략이 기업 간 거래(B2B)나 AI와 같은 고부가가치 분야로 옮겨가면서 경쟁 동기가 희박해졌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국민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신규 고객 유입이 감소하자 AI·데이터센터 등 차세대 인프라 구축 경쟁이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일례로 애플은 최근 출시한 ‘아이폰 16’ 이전까지 통화 녹음 기능을 제공하지 않았는데, 각 통신사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보조하는 AI 비서 서비스를 앞다투어 출시하고 있다.
SKT의 AI 비서 ‘에이닷’은 통화 요약·실시간 통역·챗봇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다음달 10일 출시되는 LG유플러스의 ‘익시오’는 여기에 더해 ‘전화 대신 받기’, ‘보이는 전화’, ‘실시간 보이스피싱 탐지’ 등의 기술이 탑재됐다.
끝으로 KT는 현재 AI 통화 녹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 않지만, 향후 마이크로소프트와 전방위적인 협력으로 ‘한국 특화 LLM 모델’을 출시한다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KT 관계자는 “단통법이 개정·폐지되면 사업자가 단말기 보조금 또는 할인을 더 자유롭게 제공하면서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이동통신업계 경쟁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통신업계 전망은?
최근 이통 3사는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합계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기며 건재한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단말기 판매 비용을 실적에 집계하고 마케팅 비용은 줄이면서 영업이익 YoY(전년 대비 증감률)가 18.8% 증가한 SKT와 달리 나머지 두 회사는 모두 영업이익이 10% 이상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영업이익 약세를 신규 고객 유치 한계에 따른 영향으로 보기도 한다.
한편 통신업 경쟁을 활성화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위해 정부 주도로 출시된 5G 중간요금제도 부분적으로 효과를 나타내는 분위기다.
5G 중간요금제 출시 이후 8만 원대 이상의 완전 무제한 요금제 사용률은 지난해부터 30% 수준으로 집계됐는데, 2019년에는 이 비율이 70% 이상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이로 인해 KT를 제외한 나머지 두 곳의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는데, 특히 SKT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ARPU가 3만 원 밑으로 떨어졌다.
특히 아직 단통법 폐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 이용자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곤란해졌기에 이통 3사가 B2B 사업 확장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먼저 올해 외부 투자가 가장 활발한 SKT는 지난 7월 美 AI·IDC(데이터센터) 기업 SGH에 약 2800억 원을 투자했으며, B2B 부문 엔터프라이즈 사업은 2분기에만 4342억 원에 달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이어 LG유플러스 역시 IDC 부문이 15% 성장하면서 2분기 B2B 사업 매출이 4315억 원까지 상승했다.
끝으로 KT의 B2B 실적은 나머지 두 곳과 비슷했지만, 지난 6월 마이크로소프트와 전략적 협력을 체결하면서 국내 AI·클라우드에 수조 원에 달하는 공동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추정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