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혁신적인 비만 치료제로 미국과 유럽에서 인기를 끈 ‘위고비’가 국내 출시를 앞두면서 경쟁 업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 제약사 ‘인라이 릴리’에서 개발한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 역시 국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유통사를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사 후보로 종근당과 보령제약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해당 약품의 국내 유통 시 발생할 효과와 업계 전망에 대해 정리했다.
▲ 다이어트 약품의 혁신 가져온 위고비
덴마크에서 개발된 위고비는 호르몬 조절을 통해 체중을 줄이는 약품인데, 기존의 다이어트약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해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에는 비만의 원인을 주로 인슐린 분비 장애로 보면서 인체의 소화·흡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약물을 사용했으나, 부작용이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러나 위고비는 직접 물질대사에 관여하는 대신 식욕을 낮추는 기전을 통해 스스로 식사량을 조절하게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체중을 조절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 약품과 비교해 부작용이 크게 낮아 출시 후 영미권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약효가 수 시간에서 수일 동안만 지속되는 다른 약과 달리 위고비는 약 일주일 동안 식욕 감퇴 효과가 이어진다.
최초 개발 당시에는 주사 한 개에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상품이었지만, 현재는 대량생산으로 단가가 약 37만 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다만 해당 가격은 약국 등 기업에 공급하는 단가로, 보험이 적용되지 않기에 실제로는 주사 하나에 약 80만 원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위고비는 1년이 조금 넘는 68주 동안 투약할 시 평균적으로 15%의 체중 감량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 국내 비만약 개발 현황은?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여러 종류의 비만약이 나왔으며, 위고비와 비슷한 접근법으로 식욕을 억제하는 제품도 판매 중이다.
일례로 지난달 개최된 국제학술대회에서 종근당과 알보젠코리아는 공동 판매 중인 비만약 ‘큐시미아’의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큐시미아는 식욕억제제와 항경련제를 조합한 것으로, 위고비와 작용 기전은 비슷하지만 주사 대신 알약 형태로 복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당시 발표를 담당했던 용인 세브란스병원 측은 임상데이터를 통해 큐시미아의 체중 감소 효과는 물론 비만약 부작용으로 알려진 심혈관 질환 위험성도 낮은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기존 연구의 경우 큐시미아를 고용량으로 복용 시 최대 12%의 체중 감소를 기대할 수 있고, 중간 용량과 저용량에서도 각각 9%와 6%의 체중 감소가 나타난 바 있다.
다만 연구 대상이 아시아 환자가 아닌 서양인이었기에 국내 환경에서 효과를 재입증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용인 세브란스병원에서는 큐시미아를 복용한 환자 2000명에게서 데이터를 수집했으며, 6개월의 복용 후 평균적으로 7.9%의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또 당뇨병 없이 예방적 차원에서 큐시미아를 복용한 환자 10명 중 2명은 10% 이상 큰 폭으로 체중이 감소했다.
세브란스병원은 해당 연구를 통해 큐시미아가 한국 환자들에게서도 효과적임을 확인했고, 혈압과 혈당 등 건강 지표에서도 유의미한 개선 효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현재 큐시미아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 중 가장 큰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제품으로, 점차 다양한 시장으로 수출을 확대해가는 분위기다.
종근당은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사용하기 간편한 큐시미아가 주요한 비만 치료제의 입지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 비만 치료제 시장 전망
향후 비만 치료제 시장은 미국을 포함해 국내에서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일례로 위고비의 개발사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6월 시가총액이 약 600조 원을 넘으면서 유럽 최대 규모 기업으로 올라선 바 있다.
현재는 위고비 매출 대부분이 미국에서 나오고 있으나, 유통 체계가 확보되면 추가적인 매출 상승도 기대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이 지난 5월 비만 치료제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경쟁에 합류했다.
업계에서 비만 치료제를 미래 먹거리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선진국의 비만율이 전체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OCED는 지난 2022년 건강통계를 발표하면서 15세 이상 미국인의 과체중·비만 비율이 70%를 넘는다고 밝혔으며, 우리나라도 약 37%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은 과체중을 넘어 완전한 비만만 계산해도 35%에 달한다.
또 최근에는 의료계에서 비만이 단순한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유전적인 영향에 의한 질병으로 인식하면서 사람들의 인식도 점차 변화하는 분위기다.
일례로 지난 4월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진은 저명한 의학저널 ‘네이처’지를 통해 성인 비만 위험을 최대 6배까지 늘리는 변이 유전자를 보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