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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급증하는 전력 수요, '전력반도체' 돌파구 될까

미래 첨단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를 육성하기 위해 많은 선진국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새로운 특화단지 구축이 진행되는 모습이다.

KDB산업은행은 지난달 부산시와 전력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를 육성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미래먹거리가 될 전력반도체와 우리나라의 목표를 살펴보고, 전반적인 반도체 산업 전망을 정리했다.

▲ 미래 핵심 소재, ‘전력반도체’

전력반도체는 전자기기에 들어오는 전력을 변환하거나 저장, 분배할 수 있는 핵심 부품이다.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메모리보다는 부가가치 효율이 떨어지지만, 전력 자체의 효율을 결정하기에 여전히 필수적이다.

기존에는 실리콘 위주의 전력반도체 제품이 사용됐으나, 최근 전기차나 신재생에너지 등 고전압·고주파 제품이 사용됨에 따라 화합물 반도체 기술이 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탄화규소나 질화 갈륨 등 두 종류 이상의 원소 화합물로 이루어진 전력반도체는 광물 특성상 가공이 어렵고 가격이 높기에 현재 국내에는 관련 사업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한편으로는 전력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최근 글로벌 기업의 경쟁도 점차 심화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도 최근 전력반도체 산업을 육성한다고 밝혔는데, 그중 하나가 부산에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KDB산업은행은 지난달 부산시와 전력반도체 클러스터 공동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협약의 주요 골자는 친환경 사업에 필수적인 전기차 생산을 위해 전력반도체를 공급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와 지역발전 효과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6월에도 전력반도체 설계 기업에 총 172억 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차세대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투자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KDB산업은행 본점 [KDB산업은행 제공]
KDB산업은행 본점 [KDB산업은행 제공]

▲ 전력반도체 개발 현황

기존에도 전력반도체의 중요성은 높이 평가받아 왔으나, 차세대 소재인 ‘질화 갈륨(GaN)’ 기반의 전력반도체가 등장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GaN으로 만든 전력반도체는 신호 전환이 빠르고 전력 효율이 높아 첨단 기기 운용뿐만 아니라 친환경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는 분위기다.

특히 태양열·풍력발전이나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산업이 기존 화력발전을 대체하기 어려운 이유로 낮은 전력 효율이 꼽히는데, GaN 전력반도체를 통해 이를 높일 수 있다.

또 단거리 무선 충전이 유선과 경쟁하기 위해서도 GaN 전력반도체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 연구기관은 이미 차세대 전력반도체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한국세라믹기술원(KICET)과 함께 개발한 ‘산화갈륨(Ga2O3)’ 전력반도체 핵심소자 기술이 있다.

해당 기술은 현재 양산이 가능한 수준은 아니지만, 양 기관은 향후 이를 상용화할 경우 전력반도체 제조비용을 70%에서 8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TRI 관계자는 “산화갈륨 반도체는 이론상 같은 크기에서 더 높은 전압을 견딜 수 있기에 소형화가 가능하고, 가격 경쟁력과 더불어 성능 향상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전력반도체를 위한 국내 기반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주로 생산하는 제품군은 메모리나 CPU 같은 고부가가치 종목이기에 전력반도체 시설에는 비교적 투자가 적은 상황이다.

현재 전력반도체 사업이 주력인 국내 기업은 DB그룹의 ‘DB하이텍’으로, 지난해부터 차세대 전력반도체 공정 육성을 선언한 바 있다.

특히 지난 9월에는 테슬라와 전력반도체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했다.

전력반도체 적용 범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전력반도체 적용 범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전력반도체 전망

반도체 기술에 대한 보호무역과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재는 수입 비중이 대부분인 전력반도체 사업도 점차 국산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AI와 데이터센터 등 전력을 대규모로 소비하는 시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력반도체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을 향한 지원이 현재보다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정부는 반도체 국가산단을 조성하고 특화단지를 구축해 산업을 뒷받침하는 것이 목표인데, 막대한 초기 투자금에 비해 정부가 제공하는 것은 대부분 세제 혜택에 치중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지난해부터 적용된 ‘K-칩스법’에 따라 반도체 시설에 투자할 경우 대기업은 3%, 중소기업은 12%에 달하는 기본공제를 받고 증가분에 따라 10%의 추가 공제가 제공된다.

다만 세액공제는 그 특성상 투자 이후에 이루어지기에 시설 구축 비용을 정부가 선제적으로 부담하는 미국과 유럽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한편 현재 글로벌 최고의 파운드리 기업 TSMC는 현재 전 세계 전력반도체의 약 70%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TSMC가 생산하고 있는 전력반도체 대부분은 여전히 실리콘(SiC) 반도체이기에 업계에서는 차세대 GaN 반도체를 선점할 경우 시장 점유율 경쟁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