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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출규제에 은행권 자산관리 사업 주목

최근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은행이 예대마진을 통한 사업을 축소하게 되면서 대안 중 하나로 자산관리(WM)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NH농협은행은 차세대 WM 시스템 구축을 위해 특화점포 100곳을 내년까지 완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은행별 WM 사업 현황과 특징, 미래 전망을 정리했다.

▲ 대출규제에 은행권 사업 다양화 모색

최근 몇 년간 시중은행을 포함해 제2금융권에서도 대출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정부가 가계 부채 억제를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부터 은행이 자율적으로 가계대출 규모를 관리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처음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 축소로 시작됐으나, 부채 감소 효과 대신 신용대출 규모가 증가하자 규제가 점차 대출 전반으로 확장됐다.

NH농협은행은 이번 달부터 한시적으로 주담대 만기를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했으며, 국민은행도 ‘임대인의 소유권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의 취급 제한을 연장했다.

이에 더해 iM뱅크는 주담대 이외에도 비대면 개인대출 서비스를 일부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중단된 상품에는 간편신용대출과 중금리대출은 물론 공무원 융자추천대출이나 차량담보 ‘오토론’ 등이 포함됐다.

대출 통로가 줄어들면서 이자 수익을 통한 실적 향상 효과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은행도 신사업 발굴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대표적으로는 하나은행의 외국인특화 점포와 같이 규제 대상인 외국인이 아닌 새로운 고객층을 유치하려는 시도가 있다.

자산관리와 외국인 유치 모두 5대 시중은행에서 공통적으로 추진 중인 사업이지만, 특히 NH농협은행은 자산관리 사업에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농협은행의 WM특화점포 'NH All100 종합자산관리센터' [NH농협은행 제공]
농협은행의 WM특화점포 'NH All100 종합자산관리센터' [NH농협은행 제공]

▲ WM 점포 공격적 확대, 농협은행 전략은?

농협은행은 최근 WM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증권사와의 시너지를 내려는 타 은행과 달리 자체 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다른 금융지주 계열 은행의 전략은 고액자산가를 초점으로 두고 금융복합 점포를 구축, 패밀리오피스 등 가족 전반에 대한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금융복합점포란 자산관리(PB)와 더불어 기업금융(CB), 투자금융(IB), 글로벌 투자를 모두 제공하기에 주로 ‘PCIB’ 점포로 불린다.

일반적인 자산관리가 부동산을 중심으로 세무·임대차·매매 등을 처리하는 것과 달리 PCIB에서는 주식과 채권 등 증권사와 연계해 적극적인 투자가 더 원활해진다.

그러나 농협은행은 소수의 고액자산가가 아니더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비교적 대중적인 WM 점포를 전국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수도권에 집중하는 타 은행과 달리 원래부터 비수도권 점포가 많았던 NH농협은행이기에 타겟층이 다를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농협은행의 WM특화점포 'NH All100종합자산관리센터'가 등장한 것은 지난 2020년부터로, 올해 말까지 총 69곳이 운영될 전망이다.

그 중에서도 20곳은 올해에 신설된 점포이며, 최근 집중적인 육성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현재 운영하는 WM특화점포 중 수도권에 있는 곳은 37%인 26곳뿐으로, 나머지는 지방에 위치한다.

또 NH All100종합자산관리센터'의 이용 대상은 계좌 잔액 규모가 1억 원 이상인 고객으로 비교적 허들이 낮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유망 고객을 선별하여 이용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

한편 10억 원 이상의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All100자문센터’는 따로 존재하지만, 대규모로 신설되고 있는 종합자산관리센터와 달리 경상권 지역에만 올해 소수 신설됐다.

일례로 현재 농협금융의 금융복합점포 수는 7곳이지만 KB금융은 58곳, 하나금융과 신한금융도 각각 47곳과 25곳이 운영 중이다.

가계대출 이자부담 추이
가계대출 이자부담 추이 [한경연 제공]

▲ 자산관리 사업 전망은?

업계에서는 은행의 핵심 사업이 상품판매와 수수료에서 앞으로는 자산관리로 넘어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지난 3월 개최된 은행 연합 간담회에서 은행연합회는 자산관리를 미래 먹거리로 지목했다.

올해 초 발생한 홍콩 ELS 대규모 손실 사태로 인해 은행의 상품판매 사업 인식이 악화되면서 기존 사업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은행연합회 조용병 회장은 이날 “자산관리로 가지 않으면 은행은 살아남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단일 상품판매를 통한 수수료 사업을 넘어 복합적인 금융 서비스로의 변화가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은행연합회는 향후 체질 개선은 물론 규제 완화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은행이 단순한 금융 창구를 넘어 고객에게 직접 해답을 제공하는 주체로서 나아가기 위해 관련 규제를 해소하는 것이 목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자산관리 쪽에서 은행 규제 완화와 관련해 다양한 의제가 당국과 TF 등을 통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이 핀테크를 안고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은행권이 비은행을 소유하는 부분에서 규제가 완화될 필요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