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지난 12일 집전체 없이 이차전지 전극을 제조하는 경량화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차전지는 스마트폰과 전기차 등 현대 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핵심 제품으로,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도 반도체와 AI 등과 함께 12대 국가전략기술에 선정된 바 있다.
이차전지의 성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여야 하는데, 높은 에너지 밀도를 지닌 소재는 화재와 같은 사고 발생 시 더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어 안전기술을 포함한 고난도 개발 과제로 평가받는다.
기존에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기적 반응을 촉진하는 물질 ‘집전체’를 사용했는데, 최근에는 집전체에 사용하는 광물 수급 불안정과 가격 변동 등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집전체는 주로 구리나 알루미늄을 사용하는데, 10μm(마이크로미터)의 얇은 막이라도 금속 특성상 전지 무게에 큰 영향을 가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ETRI 연구팀은 이차전지 설계 단계부터 집전체를 제외해 소재 의존성은 줄이면서도 에너지 밀도는 유지하거나 높일 수 있는 방식을 고안했다.
구체적으로는 물에 젖지 않도록 처리한 분리막에 물에 잘 녹는 고분자 화합물 ‘폴리비닐알코올’을 직접 도포해 계면 안정성을 높였다.
계면 안정성은 차세대 이차전지로 주목받는 ‘고체전해질 리튬 전지(ASSLB)’의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는데, 고체 전해질 자체의 성능이 뛰어나도 전해질과 전극의 경계면이 제대로 결합되지 않으면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ETRI는 이번 설계를 통해 계면 안정성을 강화하면서 최종적으로 기존보다 에너지 밀도를 약 20% 향상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ETRI 관계자는 "집전체를 제거해 이차전지의 무게를 줄이고, 무게 대비 성능인 에너지밀도를 개선하면서도 안정성이 함께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에 게재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