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특검법이 재표결에서 부결되면 이른 시일 내에 재차 특검법을 발의할 방침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이은 법안 부결이 반복될수록 김 여사 의혹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여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특검법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20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28일로 예상되는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된다면 다음 달에 곧바로 특검법을 다시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다음 달에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하게 된다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법은 네 번째로 발의되는 셈이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본회의를 앞두고 수사 대상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과 명태균 씨 관련 의혹으로 한정한 수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는데, 법안을 재발의할 경우 수사 대상은 다시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지난 15일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여당이 특검법 반대 단일대오를 더욱 굳히면서 재의결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전망이 퍼지고 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이 대표의 판결로 특검법 추진 동력을 약화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별개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특검법 통과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이 60∼70%에 이르는 만큼 될 때까지 밀어붙여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당내 기류다.
이 대표의 1심 판결로 민주당이 불리해진 것은 맞지만, 국민의힘 역시 내부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 언제든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의힘도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대통령 비방글 논란으로 당내 갈등이 커지는 형국 아닌가"라며 "친한(친한동훈)계가 수세에 몰리면 이탈표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에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국정조사를 두고 의견을 요청하는 등 '채상병 국조'가 가동되면 민주당은 '김 여사 특검'과 함께 소위 '쌍끌이 공세'로 여당을 압박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날도 여당을 향해 특검법 수용을 강하게 촉구하며 이탈표를 끌어내는 데 공을 들였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보편적 상식과 양심을 가진 의원이 채 10명도 없다면 '양심 불량의 힘'"이라며 "'김건희 특검에 적극 찬성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