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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사내 벤처 시스템, 창업 생태계 주역 되나?

최근 혁신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분위기 속에서 사내 벤처 시스템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원과 교육기관 등에서 기술 기반으로 투자를 받는 대신 기업이 내부에서 직접 아이디어를 발굴하기에 안정성이 높고 정부 지출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기 때문이다.

이에 사내 벤처 시스템의 발전 과정과 특징, 미래 스타트업 생태계 전망 등을 정리했다.

▲ 아이디어 발굴부터 분사까지, 사내 벤처 프로세스

지난달 롯데웰푸드가 사내 벤처인 ‘알앤지컴퍼니’의 분사를 공식 발표했다.

알앤지컴퍼니는 다양한 곡물을 주문자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사업이 주력이며, 롯데웰푸드가 사내 벤처를 독립시키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최근 매력적인 스타트업 육성 방법으로 떠오른 사내 벤처는 아이디어 발굴부터 분사까지 모두 기업 내부에서 이루어진다.

일단 사내 벤처로 선정된 후에는 타 기업으로부터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받을 수도 있지만, 벤처 구성원이 재직 중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모기업으로부터 더 적극적인 지원이 가능하다.

모기업 입장에서도 외부 스타트업 육성과 비교해 아이디어가 실패하더라도 연구 자료는 여전히 내부에 남고, 방대한 사내 자료를 활용하는데도 제약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또 분사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계열사가 늘어나는 효과의 사업 분야 확장으로 볼 수도 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2021년 ‘롯데 크리에이티브 밸리’라는 명칭의 사내 벤처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정부 역시 사내 벤처 시스템을 장려하고 있는데, 기업이 자체적으로 혁신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때문에 투자 실패에 대한 리스크와 기회비용을 기업과 분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월드타워 잠실 롯데그룹 본사
롯데월드타워 [사진=롯데물산 제공]

▲ 사내 벤처 집중하는 국가기금

한편 정부는 사내 벤처 시스템을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제도를 운영 중이다.

먼저 신용보증기금은 지난 2017년 사내 벤처를 통해 분사한 기업을 보증하는 ‘스핀오프 스타트업 보증’을 도입한 바 있다.

당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분사할 경우 60억 원을 지원했으며, ‘퍼스트 펭귄’으로의 선정 절차도 간소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퍼스트 펭귄은 스타트업 중 유망 기업을 선별하여 밀착 지원 및 육성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퍼스트 펭귄이 되기까지 연구개발과 초기사업화 단계에서 여러 검증을 거처야 하지만, 사내 벤처의 경우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조건을 완화하는 등의 우대 조항이 있다.

또 스타트업 지원제도의 핵심이 핵심 기술 개발에 있는 만큼 기술보증기금(KOTECH)을 통한 지원도 이어가고 있다.

기술보증기금은 지난 2012년 삼성전자의 사내 벤처 프로그램 ‘C-랩’에 참여했으며, 비교적 최근에는 2020년 SK하이닉스의 분사 기업과 R&D를 위해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보증이나 대출과 같은 금융적 지원 외에도 전문 컨설팅과 기술이전 등을 주선하면서 비 금융적인 포괄 협력을 진행했다.

여유자금이 충분한 대기업을 모회사로 두고 있는 사내 벤처 분사 특성상 비 금융적인 지원 효율이 높다는 설명이다.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가장 최근 사례로는 지난 10월 삼성전자 프로젝트로 창업한 AI 스타트업 ‘툰스퀘어’를 퍼스트 펭귄 다음 단계인 ‘프리 아이콘’으로 선정하고 30억 원을 보증한 바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사내 벤처 시스템을 통해 분사한 생성형 AI 기업 '툰스퀘어' [툰스퀘어 제공]
삼성전자 사내 벤처 시스템을 통해 분사한 생성형 AI 기업 '툰스퀘어' [툰스퀘어 제공]

▲ 사내 벤처의 미래

글로벌 기술 경쟁이 심화되면서 혁신 기술 발굴을 위한 스타트업 투자 규모도 크게 증가하는 분위기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조 5179억 원이었던 창업지원 예산이 올해에는 3조 7121억 원까지 확대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 예산이 올해 279억 원 증액됐고, AI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맞춤형 특화 지원 프로그램’이 신설됐다.

그러나 반대로 민간 벤처투자 시장은 최근 침체에 빠지며 투자금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한국벤처캐피탈 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중반까지 집계된 초기 스타트업 초기 투자 규모는 6929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투자된 금액인 1조 3270억 원의 52% 수준에 불과하다.

중기·후기 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액 역시 마찬가지로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각각 60%, 75% 수준에 머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가 부담 약화를 위해 스타트업을 처음부터 기업 내에서 육성하는 사내 벤처 시스템에 대한 지원을 앞으로도 계속 확장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사내 벤처 특성상 분사를 하더라도 독립성 보장 문제와 모기업 종속 관련 비판은 존재하지만, 최근에는 기업 내에서도 자율성을 더 보장하도록 방침을 전환하는 분위기다.